메이저 리거들이 마이너를 노래한다. 더 이상 주류와 비주류 구분은 불필요해 보인다.
할리우드 영화 '비긴 어게인'(존 카니 감독)이 추석 화제작들 속에서도 꾸준한 흥행세를 유지하며 140만 관객을 돌파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비긴 어게인'은 지난 9일 하루동안 전국 10만 7,190명을 모아 누적관객수 135만 9,658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 달 13일 개봉한 '비긴 어게인'은 대체 휴일인 10일 140만 고지를 넘게 된다. 이미 2014년 다양성 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하며 올해 개봉한 다양성 영화 최고 흥행성적을 기록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77만 2,880명)을 가뿐히 뛰어넘어 살벌한 추석대전 속에서도 입소문의 힘을 보여줬다.

'비긴 어게인'이 쟁쟁한 한국영화들과 화제의 외화들 사이에서 국내 박스오피스의 복병이 된 이유는 음악의 힘이 컸다.
천만 관객을 넘게 동원한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이 영상을 압도하는 음악의 힘을 이미 증명한 바 있듯이, 음악은 이 영화 흥행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이 영화의 OST는 국내 주요 음원차트 1위부터 11위까지 모조리 석권했었으며, 각종 뮤직 해외차트와 디지털 음악 서비스의 OST차트에서도 상위권을 모두 점령하는 등 음악 신드롬이 영화 흥행을 이끌었다. 이에 더해 인기 예능프로그램에서의 음악 삽입 등이 불을 지폈다.
더불어 영화는 다양성 영화 같지 않은 상업 영화, 즉 메이저와 마이너 감성의 절충(?) 혹은 흡수했다는 데 그 성공 요인이 있다.
'비긴 어게인'은 다양성 영화로 분류돼 있지만 그 사이즈는 결코 작지 않다. 연출을 맡은 존 카니 감독의 전작인 '원스'의 제작비가 단 15만 달러(1억 5천만원)였던 것에 비해, '비긴 어게인'은 2500만 달러(253억원)다. 한 마디로 '비긴 어게인'은 '원스'에 비하면 초대작이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에서 2500만 달러는 소소한 수준이지만, 같은 음악영화, 그리고 존 카니 감독의 작품이란 점에서 '원스'와 비교했을 때는 그 차이가 뚜렷하다.
더불어 '원스'의 남녀 주연배우였던 글렌 핸사드, 마케타 잉글로바 등은 당시 연기 경험 전무의 뮤지션들이였것과 다르게 '비긴 어게인'은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마룬5’ 애덤 리바인 등 할리우드 톱스타와 톱가수들이 출연한다. 음악 프로듀서로 변신한 마크 러팔로를 보면 '어벤져스'의 슈퍼히어로 헐크가 생각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국 출신 여배우다,
한 마디로 주류와 비주류의 혼재가 이 영화의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었다.
음악영화에 유독 예민한 취향을 가진 관객들에게는 보다 정제된 영화의 느낌이 불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음악 그 자체가 주는 마력을 거부하기 힘들 것이고, 매끈한 주류 상업영화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톱스타들이 등장하는 음악을 소재로 한 이 따뜻한 휴먼드라마가 사랑스러울 법 하다.
스타 명성을 잃은 음반프로듀서와 스타 남친을 잃은 싱어송라이터가 뉴욕에서 만나 함께 노래로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자체가 이 영화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영화는 주류와 비주류,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 사이의 간극과 그 고민을 전달하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과 진정한 성공에 대해 묻는다. 더불어 '좋은 것은 반드시 누군가 알아본다'란 믿음도.
그렇다고 영화는 외피가 말해주듯 순수 예술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이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은 이를 들어주는 대중이란 것을 인지하고,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상업적 가치가 중요함도 안다. 다만 흔히 사람들이 부르는 '성공 지점'에 가서도 비주류 감성을 잃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이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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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