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타임'과 '비긴어게인'의 공통점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9.10 16: 34

'월드워Z', '어바웃타임', '겨울왕국'에 이어 '비긴 어게인'.
전혀 다른 이 작품들에는 의미심장한 공통점이 있다. 이 영화들은 북미를 제외한(혹은 북미 포함) 전세계 모든 개봉 국가 중에서 한국에서 흥행 수익 1위(박스오피스 모조 기준)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이들 네 영화는 모두 다른 장르와 색깔을 드러냄에도 불구하고 한국 관객들에게 통했다. 시리즈 영화가 아니라는 것, 입소문으로 인한 장기 흥행을 특징으로 들 수 있겠다.
지난 해 6월 20일 개봉한 좀비 블록버스터 '월드워Z'는 523만 7519명(영진위)을 동원했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인기를 기반으로 '웜 바디스'로 달궈졌던 좀비물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브래드 피트라는 친숙한 할리우드 스타가 있었다. 역대 최고급 스케일 좀비 영화의 성공이었다.

멜로드라마 '어바웃타임'은 정작 본국인 영국에서 흥행이 좋은 편이 아니었고 북미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큰 사랑을 받은, 일면 독특하고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12월 5일 개봉해 338만 5904명을 기록했다. 외화 로맨틱코미디로서는 상당한 숫자다.
'어바웃 타임'의 인기는 '로맨틱코미디의 명가'인 영국 제작사 워킹타이틀 영화에 대한 신뢰가 가장 컸다고 할 수 있다. 워킹타이틀 역시 한국을 중요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는 전언. 아직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어김없이 브라운관에 등장하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향수를 지닌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사실 남녀간의 말랑말랑 사랑이야기를 다룬 로맨틱코미디가 아닌 부자(父子), 그리고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는 것은, 관객들에게 배신감이 아닌 새로움으로 다가갔다. 여주인공 레이첼 맥아담스의 사랑스러움 가득한 포스터 역시 흥행에 한 몫했다는 평이다.
가장 놀라운 성과를 거둔 작품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으로 국내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겨울왕국'은 OST의 빅히트와 함께 3D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장르의 협공이라 가능했다. 지난 2012년 개봉한 '레미제라블'(591만 1890명)은 한국 관객들의 뮤지컬 영화에 대한 호감도를 한 차례 보여준 바 있는데, 이에 더해 디즈니 애니메이션 초기의 복고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전 연령층에 사랑받았다.
이제 이 계보를 '비긴 어게인'이 잇고 있다. 북미 박스오피스 집계 전문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비긴 어게인'이 해외에서 가장 큰 수익을 거둔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은 631만 8,433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미국(1576만 달러)을 제외한 전 세계 2위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특히 추석 황금 연휴에서 관객몰이를 더해 9일까지 누적관객수 135만 9,713명을 기록했다.
'비긴 어게인'이 쟁쟁한 한국영화들과 화제의 외화들 사이에서 국내 박스오피스의 복병이 된 이유는 음악의 힘이 컸다. 더불어 다양성 영화로 분류돼 있음에도 폭넓은 관객들을 흡수할 수 있는 상업영화의 코드를 지녀 보다 유연성을 발휘했다.
특히 언급된 작품들 중 '어바웃 타임'과 '비긴 어게인'의 화려하지 않은 외형 속 따뜻하고 긍정적인 정서적 분위기를 짚으며 한국인에게 어필하는 감성을 분석하는 시선도 있다. 소재가 사랑이든 음악이든 휴먼드라마의 장르에 속할 것, 가족의 가치를 이야기할 것, 대작은 아니더라도 한국 대중이 알 만한 스타가 한 명 이상은 존재할 것,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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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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