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국이 해답을 찾았다. 춤추는 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했고, 꾸준히 범타를 유도하며 안정적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개인 4연승·시즌 9승을 올리며 후반기 승리아이콘으로 돌아왔다.
류제국은 10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 108개의 공을 던지며 5⅔이닝 7피안타 1볼넷 3탈삼진 4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2회부터 폭발한 타선에 힘입어 여유 있게 마운드를 운용했고, 퀄리티스타트에 아웃카운트 하나 부족한 호투로 팀의 3연패를 끊었다.
올 시즌 극심한 기복에 시달렸던 류제국이지만, 지난 8월 19일 넥센전을 기점으로 부활이 시작됐다. 당시 류제국은 5이닝 4자책했으나 리드를 지키고 무사사구로 선발승에 성공했다. 다음 선발 등판인 8월 27일 두산전에선 6⅓이닝 무사사구 무실점. 9월 5일 두산전서도 6⅓이닝 3실점으로 4위 경쟁자 두산을 연달아 압도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류제국을 두고 ‘클래스가 있는 투수’라 평가한다. 부드러운 투구폼과 좋은 신체조건을 지녔고 포심·투심 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의 다양한 구종을 모두 구사할 줄 안다. 위닝샷이 다양하기 때문에 볼카운트만 유리하게 가져가면 어느 타자든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지난해 류제국이 승리아이콘으로 자리한 것도 다양한 구종으로 수싸움에서 상대 타자들을 돌려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제국은 시즌 개막 이전부터 투구밸런스를 잃어버렸다. 마음대로 제구가 이뤄지지 않았고, 볼넷을 남발하고 위기에서 적시타를 허용하며 무너지곤 했다. 패스트볼과 커브가 잘 형성되는 날은 구위를 앞세워 무섭게 탈삼진을 기록하고 호투했으나, 투구 밸런스가 유지되지 않아 고전했다. 운도 따르지 않아 올 시즌 첫 선발승도 개막 후 두 달 정도가 지난 5월 23일에 올렸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마이너리거 시절이지만, 커리어상 가장 좋았던 2005시즌의 투구 밸런스를 찾기 위해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목표로 삼았던 이닝이터가 되기 위해 투구패턴도 공격적으로 가져갔다. 그동안 헛스윙을 노리며 상대 타자의 배트로부터 피해가려했다면, 최근에는 배트를 유인해 맞혀 잡으며 범타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면서 땅볼 유도에 용의한 투심 패스트볼의 비중을 늘렸고, 투심 패스트볼이 꾸준히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며 볼넷은 줄고 범타는 늘었다.
LG는 이날 경기 전까지 5위 SK에 0.5경기 차로 추격당하며 4위 사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류제국이 지난 5일 두산전에서 승리를 안긴 이후 모든 경기서 패했다. 비상사태에서 LG는 류제국이 다시 호투해주며 최악의 위기에서 탈출했다. 덧붙여 류제국은 전구단 상대 승리도 기록했다.
경기 후 류제국은 “4위 자리를 지키게 돼서 기쁘다”고 입을 열며 “오늘 투심 패스트볼의 제구가 잘 됐다. 사실 올 시즌 후반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최)경철이 형과 패스트볼 위주의 투구로 가자고 했는데 그러면서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고 볼넷도 줄어든 것 같다. 4연승의 요인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류제국은 “사실 전구단 승리, 팀 3연패, SK가 0.5경기 차이로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모두 의식했다. 그래서 오늘은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어서 좋고 전구단 승리가 가능한 것도 얼마전에 알았는데 달성해서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류제국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에 1승만 남겨둔 것을 두고 “10승도 좋지만, 팀 4강이 더 중요하다. 10승을 올리기보다,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류제국은 이날 투구로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까지 선발 등판을 마무리했다. LG가 아시안게임 이후 10경기를 치르는 만큼, 류제국의 2년 연속 10승 달성 가능성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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