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내야수 박경수가 수비뿐이 아닌 타석에서도 진가를 드러냈다.
박경수는 10일 광주 KIA전에 2루수겸 8번 타자로 선발 출장, 5회초 3점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5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로써 박경수는 지난 2006년 9월 15일 잠실 한화전 이후 통산 두 번째로 5타점 경기를 펼쳤다. 박경수의 활약에 힘입어 LG는 12-6으로 KIA에 완승, 3연패에서 탈출했다.
박경수는 사실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LG는 조쉬벨의 퇴출로 3루에 구멍이 생겼고, 손주인이 2루에서 3루로 전향했다. 그리고 2루는 박경수 황목치승 김용의의 경쟁체제가 형성됐다. 2루수 경험과 수비에서는 박경수, 타격과 주루에서는 김용의와 황목치승이 경쟁자보다 우위에 있었다.

LG 양상문 감독은 내야수비의 안정화를 위해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박경수를 주전 2루수로 기용했다. 투수력을 살려 최소 실점으로 승리하겠다는 양 감독의 의도였다. 양 감독의 계산대로 LG 내야진은 안정적으로 돌아갔고, 후반기부터 승을 쌓았다. 당시 양 감독은 LG 상승세의 원인 중 하나로 “경수가 2루를 안정적으로 지켜주고 있다. 내야진이 안정된 게 큰 힘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마운드와 수비로 LG는 꼴찌에서 4위까지 올라섰다. 불과 6월 19일까지만 해도 5할 승률 -16으로 올 시즌을 접은 듯했으나 기적에 다가갔다. 상위권에 있던 두산과 롯데의 동반 부진이 컸지만, 어쨌든 LG가 승리했기 때문에 치고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박경수는 팀의 호성적에도 웃지 못했다. 저조한 타율로 팬들의 비난의 시달렸다. 악성 댓글에 주변사람들이 상처받았고 이는 마음고생으로 이어졌다. 양상문 감독이 여러 차례 수비 안정을 강조하며 박경수의 기용 이유를 밝혔으나, 맹목적으로 한 쪽만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LG는 지난 9일 광주 KIA전에서 2루 수비 에러 하나로 흐름을 상대에 내줬다. 3회초 이병규(7번)의 역전 만루포로 흐름을 가져갔으나, 3회말 2루수로 선발출장한 김용의가 4-6-3 병살타가 될 수 있는 땅볼에 에러를 범했다. 선발투수 우규민은 곧바로 동점을 내주며 조기 강판됐고, LG는 접전 끝에 3연패에 빠졌다.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모든 야수들이 맹타를 휘두르고 수비까지 잘 한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팀들이 포지션 한 두 자리에 공격 혹은 수비에서 약점을 안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팀이 승리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를 선택했고, 박경수는 수비에 있어서는 양 감독의 기대에서 어긋나지 않았다.
공익근무로 인한 2년 공백, 스프링캠프 중 부상으로 타석에선 리듬을 찾지 못했으나 수비감각은 잃지 않았다. 10일 KIA전 이전까지 박경수의 BABIP은 2할5푼2리(KBReport.com 제공), 남은 시즌 타석에서 이전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경기 후 박경수는 “무엇보다 3연패에서 탈출해 기분이 좋다. 내가 타점을 신경 쓰는 타자는 아닌데 하위타선부터 팀 공격에 도움을 줘서 승리로 이어진거 같다”고 웃었다.
이어 박경수는 그동안 타격과 관련해 비난을 받아온 것을 두고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프로선수고 야구가 내 직업이니 받아들일 수 있다. 괜찮다”며 “남은 경기 기본기에 충실하고 작은 부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경수는 “사실 내가 이전에도 5타점을 기록했는지 몰랐다. 오늘이 최다 타점인 줄 알았다”며 “홈런은 2루타인 줄 알았는데 바람을 탄 것 같다. 김무관 타격코치님과 꾸준히 이야기하고 정신적인 면에서 조언을 들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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