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감독의 LG 트윈스가 어느덧 82경기를 치렀다. 양 감독은 지난 5월 13일 취임식에서 ‘독한야구’를 모토로 삼았고, 이후 LG는 44승 37패 1무로 반전에 성공했다. 만일 올 시즌이 5월 13일부터 시작했다면, LG는 승률 5할4푼3리로 리그 3위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엉망진창이었던 팀이 양 감독의 지휘로 꼴찌에서 4위까지 올라왔다.
기적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투수 박사의 지도와 계획 하에 마운드가 순식간에 높아졌다. 병살타를 남발하던 타자들은 병살타가 줄고 득점권 타율은 올라갔다. 흔들렸던 수비도 양 감독의 용병술로 안정감을 찾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혹사도, 특별한 부상도 없었다. 에버렛 티포드·브래드 스나이더 외국인선수 둘이 이탈한 상태지만, 둘 다 시즌 중 LG에 합류한 것을 돌아보면 양 감독의 손 밖에서 일어난 일이라 봐도 무방하다. 독한야구의 실체를 확실하게 정의내릴 수는 없지만, 양 감독의 야구가 대성공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양 감독의 야구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적극성’을 느낄 수 있다. 양 감독은 주자의 도루실패, 투수가 몸쪽 공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실투를 범하는 것을 절대 나무라지 않는다. 승부와 직결되는 순간 이러한 플레이가 나온다면, 실패하더라도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10일 광주 KIA전에서 LG는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둘렀고, 도루에 성공하며 완승을 거뒀다. 특히 2회초 정의윤과 오지환의 더블스틸이 적중했고, 이는 5득점 빅이닝의 결과를 낳았다. 이후 LG는 3점포 두 방을 더해 12점을 뽑아 승리했다.

경기 후 양 감독은 “선수들이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결과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오늘의 승리를 계기로 우리 선수들이 앞으로도 계속 적극적인 경기를 지속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3연패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고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기 쉬웠으나 이를 극복한 선수들을 칭찬했다. 어쩌면 독한야구의 실체는 이러한 과감함과 적극성에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양 감독은 발이 느린 주자가 루상에 있어도 상대 배터리가 주자를 신경 쓰지 않으면 언제든 도루를 지시한다. 9일 경기 4회초 2사 1루. 최경철이 1루에 있는 상황에서 투수가 반응하지 않자 최경철에게 도루를 지시했다. 결과는 성공, 최경철은 올 시즌 네 번째 도루를 기록했고, LG는 정성훈 타석에서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다.
물론 실패한 적도 있었다. 지난 7일 대전 한화전에서 1루에 있던 현재윤이 손주인의 희생번트 때 과감하게 3루까지 내달렸다. 한화 수비진이 방심하는 것을 노린 플레이였다. 하지만 현재윤은 3루서 태그아웃당했고, LG는 찬스를 만들지도 못하고 한 이닝을 소비했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취지 자체는 좋은 플레이였다. 재윤이가 2루를 밟기 전 다소 머뭇거렸는데, 그것만 없었다면 3루서 세이프 됐을 것이다. 칭찬해주고 싶은 플레이다”고 현재윤의 과감성과 재치를 높이 평가했다.
같은 날 나온 오지환의 수비를 극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지환은 1사 1, 2루 한화 공격에서 김태완의 내야 밖으로 향한 뜬 타구를 일부러 잡지 않았다. 당시 심판의 인필드 플라이 선언이 나오지 않은 것을 알아차린 오지환은 떨어진 공을 잡아 2루에 송구, 인플레이 상황을 살렸다. 결과적으로 LG는 오지환이 1루 주자를 2루서 포스아웃, 그리고 2루 주자 송광민을 손주인이 태그아웃시켜 아웃카운트 2개를 쉽게 만들었다.
이를 두고 양 감독은 “지환이가 엄청난 플레이를 했다. 바운드가 불규칙으로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순간적인 재치와 용기가 필요한 플레이였다. 위험 부담을 감수했다”고 오지환의 수비에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안정을 택했다면 뜬 공을 잡으면 됐다. 그냥 플라이로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더라도 누구도 이에 대해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지환은 과감했고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4위 사수를 위해 매 경기 혈투를 벌이고 있는 양 감독은 “앞으로 이길 수 있는 경기는 모두 잡아내려고 한다. 그만큼 투수들에게 이전보다 자주 마운드에 나가고, 길게 던지게 되도 이겨내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시즌을 운용하고 있으나, 꼭 이겨야만 하는 상황이면 변화도 감수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스스로 자신이 정한 틀에 갇혀있기 보다는 과감하고 적극적인 운용도 불사하겠다는 뜻이다. LG가 양 감독의 독한야구로 2년 연속 가을잔치에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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