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국(31)이 LG 트윈스의 에이스로 돌아왔다. 지난해 12승 2패 승률 85.7%를 찍었던 승리아이콘의 모습을 되찾았다. 4위 사수를 위해 매 경기가 중요한 시점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4위 경쟁상대와 맞붙어 승리를 이끌고, 연패에 빠진 팀을 구했다. LG의 4강 기적이 류제국의 호투와 함께 완성되려고 한다.
변화의 시작은 8월 19일 목동 넥센전이었다. 당시 리그 최고 투수로 자리했던 밴헤켄과 붙어 선발승을 올렸다. 5이닝 5실점(4자책)했으나 무사사구 경기를 펼친 게 고무적이었다. 류제국은 다음 선발 등판이었던 8월 27일 잠실 두산전서도 무사사구와 함께 6⅓이닝 7탈삼진 무실점, 4위 경쟁상대를 압도했다. 9월 5일 연이은 두산과 맞대결에서 볼넷 3개를 범했으나 6⅓이닝 3실점, 두산을 따돌리는 데 앞장섰다. 그리고 지난 10일 광주 KIA전에선 3연패에 빠졌던 팀을 구원, 4연승을 기록했다.
패스트볼 위주로 적극적인 승부를 펼쳤고, 볼넷이 줄고 범타가 늘었다. 4연승 이전 류제국은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며 극심한 기복을 보였다. 다양한 구종과 승부사 기질로 탈삼진 10개 이상을 기록한 날이 있는 반면, 사사구를 남발하며 자멸하기도 했다. 4연승 이전까지 류제국은 경기당 볼넷 3.93개를 기록했다. 그런데 4연승 기간에는 1.54개로 급락했다. 평균자책점 또한 5.45에서 3.86으로 낮아졌다. 투구밸런스를 잡기 위해 다이어트를 감행했고, 자신의 투구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결국 해답을 찾았다.

류제국은 10일 광주 KIA전서 시즌 9승과 올 시즌 두 번째 전구단상대 승리를 기록한 후 “사실 후반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경철이형과 패스트볼 위주의 투구를 하기로 했다”며 “사실 나는 변화구까지 마음대로 스트라이크존에 넣는 투수는 아니다.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고 상대 타자의 범타를 유도하기 위해 패스트볼의 비중을 높였다”고 볼넷이 줄어든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류제국은 최근 포심, 혹은 투심 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구사 중이다. 10일 경기에선 투심이 스트라이크존 가운데에서 아래쪽으로 제대로 떨어졌다. 스트라이크가 들어온 만큼, KIA 타자들은 거침없이 배트를 휘둘렀는데, 결과는 범타였다. 이날 잡은 아웃카운트 17개 중 내야땅볼이 11개에 달했다. 4연승 기간 동안 잡은 아웃카운트 70개 중 내야땅볼 비율이 47%에 달한다. 올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42%, 4연승 기간 이전에는 40%였다.
이렇게 맞혀 잡는 노하우를 터득한 류제국은 “포심과 투심 모두 던지다가 경철이형이 좋은 쪽을 말해준다. 이번에는 투심이었고, 이렇게 제구가 잘 되는 공을 던지는 게 4연승의 원인이라 생각한다”고 웃었다. 후반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이영상을 받은 너클볼 투수 R.A. 디키(토론토)의 자서전을 읽으며 투구관을 재정립했고, 그 효과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당시 류제국은 디키의 자서전을 읽은 후 “투수는 아웃카운트를 잡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150km 공을 던지든 120km 공을 던지든 아웃카운트만 잡는다면 상관이 없다”고 맞혀 잡는 투구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류제국이 자리를 잡으면서, LG는 남은 시즌 류제국·리오단·우규민으로 이어지는 에이스 3인방을 적극적으로 기용할 계획이다. LG 양상문 감독은 “시즌 막바지고 휴식기도 있는 만큼, 4일 휴식 후 등판이라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오는 13일과 14일 잠실 삼성전에서 LG는 각각 리오단과 우규민이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류제국은 올 시즌 선발 등판 9경기 만에 겨우 첫 승을 거뒀다. 부진한 경기도 있었으나, 호투했음에도 불펜진이 무너지며 선발승이 날아간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덧 9승을 올렸고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 달성에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아시안게임 이후 일정이 나오지 않았으나, 류제국은 최소 2경기에서 최대 3경기 정도 더 선발 등판할 수 있다. 류제국은 “10승도 좋다. 그런데 팀 4강이 더 중요하다. 10승에 집중하기보다,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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