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애제자' 이동국(35)을 향해 애정 어린 덕담을 건넸다.
전북 현대는 지난 10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 원정 경기서 후반 12분 이동국의 헤딩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후반 27분 파그너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다.
선두 전북엔 짙은 아쉬움이 남는 무승부였다. 상대는 천적이자 11위에 처져 있는 부산이었다. 전북은 최근 부산을 상대로 5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부산은 최근 3경기, 홈 7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져 있었다.

결과적으로 전북은 윤성효 부산 감독이 작정하고 나온 스리백을 넘지 못했다. 전체적인 활동량이 떨어지며 측면이 살지 못했고, 부산의 밀집된 수비를 쉽사리 뚫어내지 못했다. 중앙 공격수 부재도 아쉬웠다. A매치 2연전을 소화한 이동국의 체력은 100%가 아니었다. 백업 공격수 카이오는 장염으로 부산 원정길에 오르지 못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대표로 차출된 전천후 미드필더 이재성의 공백도 아쉬웠다.
이동국은 이날 깜짝 선발 출전했다. 최강희 감독은 "동국이가 나에게 와 '전반부터 나가는 게 낫다. 체력 소모도 크지 않다'고 했다"면서 "본인의 출전 의지가 워낙 강력했다"고 이동국을 선발 출전시킨 이유를 밝혔다. A매치 2연전서 78분(5일 베네수엘라)과 69분(8일 우루과이)을 소화한 뒤였다.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이동국은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12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이승기의 날 선 크로스를 헤딩 선제골로 연결시켰다. 기쁨도 잠시였다. 전북은 파그너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허용한 뒤 파상공세를 벌였다. 종료 직전 절호의 역전골 찬스를 잡았다. 부산의 중앙 수비수 황재훈이 박스 안에서 핸드볼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동국이 키커로 나섰다. 골을 기록하면 영웅이 될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골대 오른쪽을 정확히 노려찬 이동국의 슈팅은 이창근 골키퍼의 다이빙에 막혔다. 이동국은 고개를 떨궜고, 최강희 감독도 아쉬움을 삼키지 못했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서 "동국이가 풀타임을 뛰면 안됐는데 우리는 승리를 위해 끝까지 득점이 필요했다"면서 이동국을 풀타임 출전시킬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페널티킥 실축은 옥에 티였지만 이동국의 클래스를 증명한 경기였다. 원샷 원킬의 결정력을 보여줬다.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동국은 이날 1골을 추가하며 12골로 K리그 득점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2위 그룹인 김신욱(울산) 산토스(수원) 이종호(전남, 이상 9골)을 3골 차로 따돌렸다. 이동국은 지난 5일 베네수엘라전서 2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3-1 완승을 이끌었다. 본인의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을 가입하는 자축포였다.
최강희 감독은 '전설'의 반열에 오른 이동국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동국이가 센추리클럽 가입 축포를 스스로 2방이나 쏘며 자축했다. 큰 기록을 세웠으니 앞으로 대표팀과 선수 생활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뛰었으면 좋겠다"는 최 감독은 "대표팀과 소속 팀서 계속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금의 좋은 페이스대로 활약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라고 앞날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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