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과속스캔들', 그리고 '써니'까지. 냈다하면 대박을 맛본 강형철 감독이 새로운 영화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 작품 역시 대박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가 추석 연휴 극장가를 휘어잡으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단숨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것. 이쯤되면 강형철 감독의 앞에 '신의 손'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줘도 될 듯 싶다.
사실 강형철 감독에 대한 충무로의 믿음은 컸지만 그래도, 강형철 감독임에도 '타짜' 시리즈를 만드는 것에 대해선 반신반의한 사람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타짜' 시리즈의 첫 번째 주자였던 최동훈 감독의 '타짜'가 700만에 가까운 관객들을 동원하며 어마어마한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 전작 흥행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워낙에 수많은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원작만화라는 점 등은 강형철 감독의 '타짜2'를 반신반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강형철 감독은 이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자기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리고 자신만의 색깔이 묻어난 '타짜2'를 만들어냈다. 전작처럼 느와르 색이 짙은 영화를 만들어야 하느냐며 기자에게 되려 반문한 그는 때문에 부담감도 덜했단다. "우리는 아예 다른 영화인데 부담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나요"라며 자신이 내놓은 영화에 대해 속속들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영화에 만족하는가.
▲ 괜찮았다.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물론 보면서 내가 아직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 생각은 했지만 우리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해냈구나 싶었다. 사실 영화 한 편을 극장에 건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 아닌가. 좋다.
- 2시간 2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한 이유가 있다면.
▲ 영화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영화 감독이 첫 번째로 신경써야 하는 것은 영화의 완성도라고 생각한다. 내 판단에서 러닝타임이 이 정도가 되고 이 정도의 이야기들이 들어가야만 완성본이라 할 수 있었다. 물리적인 시간이 길지만 체감 시간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물리적인 시간보다 체감시간이 더 중요하지 않나. 체감이 길진 않을 것이다. 서사도 굉장히 크고 인물들도 많고 담아야 될 것도 많아서 우리 영화의 정체성은 긴 영화라는 것이다. 무리하게 틀 안에 가져와서 흥행이라는 첫 번째 목표를 삼고 짧게 만들어서 영화를 다치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타짜2'인데.
▲ 아예 같이 갈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도 할 줄 모른다. 2편의 원작을 보면서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밝은 색깔이기 때문이었다. 밝은 대길이었고 악당들도 나오지만 딱 내 취향이었다. 그리고 원작이 정말 좋았다. 그래서 원작의 매력적인 인물들을 최대한 살려보자 했다. 고광렬은 아예 없던 인물인데 내 개인적으로 고광렬을 보고 싶었다. 고광렬이 등장하는 장면을 찍는데 정말 반갑더라(웃음).
- 1편과의 피할 수 없는 비교, 부담이 되지 않았나.
▲ 있을 필요 없지 않나. 최동훈 감독의 '타짜'는 정말 훌륭한 영화고 나도 관객으로서 지금도 즐겁게 보는 영화다. 최동훈 감독을 존경하지만 우리는 1편과는 다른 영화다. 다른 즐거움이 있다. '타짜'가 시리즈별로 3편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색깔이 다른 영화 3개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재미가 큰 시리즈가 돼야 정체성을 찾지 않을까 싶었다. 다 비슷하게 어두운 느낌으로만 가고 최동훈 감독의 영화가 훌륭했지만 그것을 쫓느라고 어둡게 갔다면 실패한 영화라고 생각했었다.
- 3편 연출 제안이 온다면?
▲ 거절할거다(웃음). 힘들었던 것도 있었고 시리즈로서 4편의 다른 영화가 나오는 것을 보고 싶다.
- 도박이라는 소재 자체가 19금이지만 사실 내용은 그리 19금이라 보긴 어렵다. 아예 세게 가지 않은 이유가 있나.
▲ 수위를 세게 간다는건 멋을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사의 개념이라고 생각을 했다. 상업영화 감독이기 전에 나는 영화감독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세게 가지 안아도 됐다. 이 정도가 내 화법의 수위였고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는 배우들의 몸으로 장사를 하고 싶지 않다.

- '과속스캔들', '써니', 그리고 이번 '타짜2'까지. 유쾌하고 경쾌한 느낌이 비슷하다. 장르의 변신을 꾀해보고 싶지는 않은가.
▲ 물론 변신을 하고 싶다. '타짜2'도 그런 이유에서 결정했다. 느와르도 있고 코믹도 있고 로맨스도 있지 않나. 1타 몇피야(웃음). 장르를 바꿔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 다양한 장르 영화를 해보고 싶다. 이상하게 '타짜2'는 정말 재밌게 찍었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어서 탈진이 됐는데 에너지는 남더라.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영화를 찍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빨리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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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