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박병호(28)에게는 홈런 못지않게 개인적으로 중요한 기록이 있다.
지난 8월 19일 개인 첫 40홈런을 기록했을 당시 박병호는 "7~8월 타격감이 좋지 않아 40홈런 욕심도 없었다"고 했지만 "볼넷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장타력에 선구안까지 갖춘 최근 그는 타격감이 좋지 않아도 조급해지지 않고 볼넷을 골라 출루율을 높이는 유연한 타자가 됐다.
그 모습은 기록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100사사구를 기록하며 프로야구 역대 18번째로 세자릿수 사사구를 달성한 박병호는 9일 목동 한화전에서 볼넷 2개를 기록, 올해도 101개의 사사구를 얻어 역대 19번째 세자릿수 사사구이자 역대 3번째 두 시즌 연속 세자릿수 사사구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전까지 이승엽(2001년~2003년), 브룸바(2004, 2007년) 만이 가지고 있던 기록이다.

박병호와 같은 거포형 타자들은 '한 방'을 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볼넷보다 삼진이 많은 선수가 대부분이다. 선구안을 갖추지 못했던 프로 데뷔 초기 박병호 역시 몸쪽 공에 약한 약점을 가지고 있었고 타석에서는 마음이 급했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11년 7월말 트레이드돼 넥센에 오기 전까지 224차례 삼진을 당하는 동안 82개의 사사구를 얻어내는 데 그쳤다.
그러나 넥센으로 온 뒤 자신감과 노력을 통해 공을 보는 능력을 기른 박병호는 장타율 뿐만 아니라 나쁜 공에 속지 않는 눈을 가진 타자로 거듭났다. 2012년 84개의 사사구를 얻은 박병호는 지난해 처음으로 세자릿수(100개)의 사사구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많은 사사구를 골라냈다. 2012년 처음으로 홈런왕(31개)에 오른 그를 상대로 투수들이 정면 승부를 꺼리기 시작한 것도 그의 사사구왕 등극을 도왔다.
박병호는 타격 페이스가 좋든 나쁘든 볼넷 개수를 더 중요시하며 타석에서의 평정심을 잃지 않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을 해왔다. 박병호가 '1할 타자'에서 리그 최고의 홈런 타자가 되기까지는 그의 타고난 힘, 4번타자로서의 책임감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졌던 나쁜 습관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온 땀방울도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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