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징크스’라는 말을 무참하게 깨부순 류현진(27, LA 다저스)의 2014년이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가야 할 길이 적잖이 남아있다. 지구 1위를 확정지어야 하는 팀은 물론 류현진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기록들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2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올 시즌 25경기에서 14승6패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하고 있는 류현진은 이제 정규시즌에서는 세 번 정도의 등판을 남겨두고 있다. 13일 오전 11시15분부터 AT&T파크에서 열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중대차한 경기가 그 첫 걸음이다. 이후 선발 등판 일정은 다소 유동적이나 로테이션상으로는 적어도 두 번 정도는 더 등판할 공산이 매우 높다.
두 차례 부상이 있어 아쉽기는 했지만 충분히 훌륭한 시즌이었다. 이미 지난해 자신의 승수(14승)과 동률을 이뤘고 승률은 더 높아졌다. 탈삼진/볼넷 비율도 지난해 3.14에서 4.93까지 높아지는 등 전반적인 투구 내용에서 안정감이 더해졌다는 평가다. 이제는 남은 세 번의 등판에서 또 다른 목표를 조준하는 류현진이다.

첫 걸음은 시즌 15승이다. 한 때 가능성이 점쳐졌던 박찬호의 한국인 한 시즌 최다승 기록(18승)은 산술적으로 어려워졌지만 현재 류현진의 페이스를 고려하면 남은 세 경기에서 1승 이상은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30개 팀 전체를 통틀어 15승 이상을 거둔 투수는 고작 27명이었으며 지난해에는 단 16명이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한 팀에 한 명이 나오기도 쉽지 않은 기록이라는 의미다. 괜히 15승이 특급 투수의 지표 중 하나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류현진이 15승 고지에 오를 경우 분명 개인 경력에 큰 업적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뛰었던 7시즌 동안 류현진이 15승 이상을 기록한 시즌은 세 번(2006·2007·2010)이었다. 노모 히데오, 박찬호, 구로다 히로키, 마쓰자카 다이스케, 다르빗슈 유, 천웨인 등과 함께 아시아 출신 15승 클럽도 가입할 수 있다.
16승 고지를 밟은 경우는 2년 만에 메이저리그(MLB) 통산 30승 고지에 오를 수 있다. 평생을 뛰어도 30승을 하지 못하는 투수가 많은데 이를 2년 만에 이뤄낸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류현진은 순수한 루키 신분이 아니라는 점은 있지만 실제 2년 만에 30승을 기록한 투수는 지난해까지 MLB 역사상 59명 밖에 없었으며 LA 다저스라는 간판을 단 이후로는 첫 선수가 된다. 이 역시 의미가 적잖다.
한편 170이닝 고지를 넘길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현재 류현진은 151이닝을 던지고 있으며 남은 3경기에서 19이닝 이상을 던질 경우 170이닝을 넘어선다. 부상으로 이닝은 손해를 본 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170이닝 이상을 투구할 경우 공백을 만회할 수 있는 최소한의 면죄부는 될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이닝소화 보너스 25만 달러도 챙길 수 있다. 이보다는 5년 750이닝을 던질 경우 따낼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이 훨씬 더 매력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막판 이닝추가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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