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종' 원더스는 지나간 꿈이었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9.12 06: 38

애초에 한국야구 분수에 맞지 않는 옷이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야구의 귀중한 인프라가 3년 만에 사라졌다. 22명의 1군 선수를 배출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가 지난 11일자로 해체됐다. 창단 과정부터 명확한 청사진을 그렸던 원더스지만, 끝내 암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운영비 문제 이상의 무언가가 원더스의 기적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
원더스 하송 단장은 11일 OSEN과 전화통화에서 “운영비용에 대한 문제는 없다. 애초에 원더스는 사회 기부의 목적으로 설립된 구단이다. 처음에는 교육계에 기부하려 했으나 KBO·고양시와 협력하게 되면서 독립구단을 설립, 야구 쪽에 기부를 하게 됐다”며 “그동안 선수단은 퓨처스리그 어느 구단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게 운영됐다. 코칭스태프도 10명에 달하고 45명 선수 전원이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숙박시설과 식단 역시 기존 퓨처스리그 구단보다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는 않았다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창단 시점에서 논의됐던 계획이 이행되지 않는 데에 있었다. 하 단장은 “2011년 KBO 유영구 총재, 이상일 사무총장과 독립구단 유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시 KBO는 우리에게 상무나 경찰청 같은 2군 전문팀을 제안했다. 운영비와 관련해 경찰청의 자료를 보여줬다. 그리고 퓨처스리그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흥미롭고 매력적인 제안이었다”고 3년 전을 회상했다.
하지만 원더스는 퓨처스리그에 진입하지 못했다. 2012년부터 3년 동안 교류전 형식으로 2군팀과 맞붙었다. 2012년과 2013년 각각 48경기, 그리고 2014년에는 90경기를 교류전으로 치렀다.
하 단장은 “2012년에 각 구단 단장님들께 프레젠테이션을 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1년 동안 원더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본 후 퓨처스리그 편입을 생각해보겠다는 반응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리그 편입에 대한 답변은 들리지 않고 있다. 우리가 마치 기존 구단들에게 떼쓰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게 싫었다. 구단을 운영하는 데 있어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매년 연말만 되면 얼마나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 걱정해야하는 처지였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원더스를 두고 KBO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독립구단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원더스가 생긴 것이 맞다. 그러나 창단 당시에는 기존 구단과 기량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약 50경기 정도를 교류전으로 편성했다. 올해는 원더스 측의 요구로 교류전을 90경기로 늘렸다. 내년에도 90경기 이상은 보장할 방침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원더스의 퓨처스리그 진입과 관련해선 “사실 우리는 원더스가 퓨처스리그에 편입되는 것 보다는 원더스 같은 독립구단이 꾸준히 생겨나기를 바랐다. KT를 10구단으로 선택했던 것도 KT가 독립구단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KT는 검토는 하고 있다는 데 명확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며 “일본의 경우도 그렇고, 독립구단은 지역의 지원과 열정이 없으면 만들어질 수 없다. 한국처럼 퓨처스리그 수익이 전무한 경우는 더 그렇다. 원더스의 교류전 경기수를 늘리고, 원더스가 외국인선수를 영입할 때 외국인선수의 취업비자를 지원해줬으나 그 이상을 돕지는 못했다. 우리가 독립구단의 성격을 정립하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그러면서 독립구단이 지속되지 못했다. 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덧붙여 확실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야구계에 전통한 한 관계자는 “원더스가 퓨처스리그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이사회의 반대 때문으로 알고 있다. 2군팀과 원더스가 교류전을 치르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구단 대표가 꽤 있었다. 교류전에서 패하면 2군팀 분위기가 싸해졌다”며 “원더스를 경쟁상대로 본 게 문제였다. 구단 방출선수가 원더스에서 활약하고 타구단에 입단해 성공하는 것을 두려워한 듯하다. 원더스를 향한 시선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어쩌면 원더스는 그동안 기존 구단들로부터 별종취급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취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원더스 선수들을 스카웃하면서도, 원더스를 제도권으로 두는 것은 마땅히 여기지 않은 듯하다. 인프라 부족을 통감하지만, 경쟁 상대가 생기는 것은 탐탁해하지 않는다. 일련의 모습들이 2, 3년 전 9구단과 10구단 체제를 놓고 이사회서 진통을 겪은 것과 흡사하다.
한편 하 단장은 “팀이 해체된 만큼,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FA라 보시면 된다. 최대한 많은 이들이 자리를 잡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원더스는 11월까지는 고양에서 팀 훈련을 실시하며 선수단 월급도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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