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신생팀 서울 이랜드 FC가 힘차게 닻을 올렸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서울 이랜드 FC는 신생팀이라는 매력, FC 서울이 미처 흡수하지 못한 수도 서울의 나머지 팬들을 끌어당길 수 있다는 점, 외국감독을 선임했다는 점에서 파격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서울 이랜드 FC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풀어야 할 선결과제도 많다.
▲ 아직 풀리지 않고 있는 홈구장 문제

서울 이랜드 FC는 아직 홈구장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하는 기존 FC 서울과 차별화를 위해 동쪽인 잠실주경기장을 쓰려고 한다. 지리적으로 동서로 나눠 서울의 팬들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른자위인 강남의 경우 상암보다 잠실이 가깝다. 동쪽 서울의 인구만 흡수할 수 있다면 다른 구단과 격이 다른 큰 시장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홈구장의 시설이다. 낙후된 잠실주경기장은 보수가 불가피하다. 또 종합경기장이라 경기장이 멀어 축구의 묘미를 만끽하기 어렵다. 당장 내년 1월부터 훈련을 실시해야 하는 서울 이랜드 FC 입장에서는 홈구장과 연습구장 문제가 가장 크다.
박상균 이랜드 CEO는 홈구장 문제에 대해 “서울시와 4~5차례 미팅을 했고 홈구장 방안 2~3개 제안했다. 홈구장 신축안도 포함됐다. 서울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팬들이 원하는 구장환경을 만들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수 천 억 원의 예산과 수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구장 신축안의 경우 현실성이 없는 사안이다. 대안은 잠실주경기장에 가변좌석을 설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 서울시와의 협의과정이 쉽지 않다. 이랜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잠실주경기장 가변좌석이 대안”이라고 답했다.
과연 이랜드는 강남의 팬들을 흡수할 수 있을까. 박상균 CEO는 “서울에 양대 팀이 있다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다. 강남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FC 서울과 영역을 구분하겠다. 지역에 대한 자료를 업체에 의뢰해서 소비자분석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어느 지역의 어떤 고객을 팬으로 삼을지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 선수 및 코칭스태프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땅을 사고 집을 지었으면 살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랜드는 내년 1월부터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이랜드 소속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신생팀이 가장 곤란을 겪는 문제가 바로 선수수급이다. 드래프트로 좋은 선수를 얻는 것은 한계가 있다. 더구나 웬만한 유망주는 이미 중·고교시절부터 에이전트를 두고 프로팀과 연을 맺는다. 프로팀은 자체 유스팀에서 선수를 키운다. 아무 것도 없는 신생팀이 가장 불리한 부분이다.
기존 팀에서 보호선수 20명을 제외한 선수들을 받더라도 큰 전력보강은 기대할 수 없다. 결국 당장 전력보강을 하려면 실력 있는 외국선수를 데려와야 한다. 하지만 이는 엄청나게 많은 돈이 소요된다. 유망주를 데려와서 키우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신생팀은 당장의 성과를 보여줘야만 하는 입장이다.
서울 이랜드 FC는 파격적으로 스코틀랜드 출신 마틴 레니(39) 감독을 선임했다. 2012-2013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사커 밴쿠버 화이트캡스를 지도했지만, 지도자 경력은 일천하다. 지도자 경력보다 사업가 경력이 더 길다. 외국인 감독이 선임되면서 코칭스태프 역시 어떻게 구성할지가 관건이다.
마틴 레니 감독은 “코칭스태프 선임이 중요하지만 서두르지 않겠다. 내년 1월까지 연습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겠다. K리그에 대한 경험이 필요하고, 한국어와 영어를 다 잘하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했다. 제자였던 이영표 해설위원의 코치선임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능력 있는 인재는 한정돼 있고 시간은 촉박한 상황이다.
▲ 레니 감독, 2017년까지 이랜드를 승격시킬 수 있을까?
이랜드의 창단으로 ‘서울 더비’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랜드가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했을 때의 문제다. 이랜드는 2015년 K리그 챌린지에서 첫 발을 내딛는다. 여기서 실력으로 승격을 해야만 한다. 팀을 창단한다고 승격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레니 감독은 2017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이랜드 관계자는 2015년에 챌린지에 참가하자마자 1년 만에 클래식에 승격하겠다는 목표까지 잡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클래식 승격은 결코 녹록치 않다. 현재 챌린지에 대전 시티즌, 강원 FC 등 클래식에서 강등된 팀이 두 팀이나 있다. 선수수급이 녹록치 않은 이랜드가 과연 레니 감독의 임기 안에 클래식에 진입할 수 있을까.
레니 감독은 “한국에 실력 있는 선수들을 많이 봐오고 있다. 나에게는 현재 잘하는 선수보다 미래에 잘 할 선수를 영입할 것이다. 내 코칭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데 중점을 두겠다. K리그 선수들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레니 감독 역시 승격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자회견서 레니 감독이 내세운 축구철학은 ‘Attack, Entertain, Win’ 세 가지였다. 공격적으로 재밌는 축구를 하면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때론 세 가지 명제가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 온다. 승리를 위해 지키는 축구를 하면 팬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것.
레니 감독은 “나도 축구팬이다. 어릴 때부터 축구 보는 것을 좋아했다. 공격적으로 해서 이기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가 먼저 해야 될 것은 조직력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에게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할 자유를 주는 것이다. 실수를 하더라도 기술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축구를 하겠다”며 선수들에게 자율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그는 “프로니까 이겨야 한다. 최고의 선수를 찾아서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 경기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경기를 해서 즐거움을 줘야 한다. 보기에 즐거운 축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레니 감독이 구상하는 축구가 실현될 수만 있다면 이랜드는 K리그 데뷔와 함께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서울 더비’ 시대를 맞은 K리그 역시 한 차원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jasonseo34@osen.co.kr
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