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승’ 니퍼트, 외인 투수 새로운 장 열었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9.12 07: 43

50승. 비교대상에 따라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승수다. 단 외국인 선수로 범위를 한정하면 매우 많은 승수에 속한다. 국내에서 3년 이상 뛰는 외국인 선수의 비율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더스틴 니퍼트(33, 두산 베어스)는 흔하지 않은 선수들의 집단에 속한다. 2011년부터 두산에서 뛰어 벌써 4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한 팀에서만 뛰면서 50승을 달성했다. 외국인 투수의 50승은 KIA와 두산을 거친 다니엘 리오스(통산 90승) 이후 처음이다. 그리고 이 50승을 한 팀에서 거둔 것은 니퍼트가 처음이다.
이로써 니퍼트는 프로야구 외국인 투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49승을 누적한 맷 랜들의 외국인 선수 한 팀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운 니퍼트는 공헌도에서도 리오스와 랜들, 그리고 다른 투수들에 앞선다. 리오스는 두 팀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둘로 쪼개면 니퍼트의 활약상에는 미치지 못한다. 랜들과 비교해도 니퍼트는 더 적은 경기에서 더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승수와 평균자책점도 근소하지만 모두 우위다.

타자 중 한 팀에 오래 몸담은 대표적인 외국인 선수로 제이 데이비스가 있다면 투수로는 니퍼트가 있다. 데이비스는 중간에 멕시칸리그에서 1년간 뛰기도 했지만, 한화 유니폼을 7시즌 동안이나 입었다. 통산 성적도 타율 3할1푼3리, 167홈런 108도루로 훌륭했다. 한국에서의 첫 시즌이던 1999년에는 한화의 유일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함께했다.
아직 팀 우승이라는 대망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니퍼트 역시 팀 내에서는 비중이 당시의 데이비스 못지않다. 특히 니퍼트는 경기 중이나 평상시 팀을 위하는 말과 행동을 보여 일반적인 외국인 선수가 아닌 진정한 팀의 일원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통산 50승을 거둔 뒤에도 니퍼트는 “기록을 염두에 두고 경기를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이 기록이 더욱 소중한 것은 50승을 두산이라는 팀과 함께 했다는 점 때문이다. 자신보다 팀에 감사한다”고 말하며 팀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았다. 누구나 표면적으로 팀을 내세우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강조하는 선수는 보기 드물다.
매달 정기적으로 소외된 이웃을 초청해 야구관람 기회까지 제공하는 니퍼트는 팀과 동료, 팬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선수다. 팀이 어려울 때는 자진해서 구원 등판까지 할 정도로 혼신을 다하는 역투와 구장 밖에서의 선행은 니퍼트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외국인 선수도 있지만, 니퍼트는 그런 이야기와 거리가 멀다. 오히려 받은 사랑을 돌려주려는 선행을 통해 구단 가치까지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인상적인 투구로 프로야구사에 이름을 남긴 외국인 투수들은 많았다. 그러나 꾸준함, 팬들의 절대적 지지에 있어서는 니퍼트를 따를 선수를 찾기 힘들다. 외국인 선수보다는 진짜 동료에 가까운 선수, 그런 외국인 선수의 새로운 틀을 제시한 선수가 바로 니퍼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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