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KIA가 또 2약으로 처졌다. 4위 싸움을 벌이는 팀들과도 3경기 이상 차이가 멀어지며 탈꼴찌 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나란히 8~9위에 그친 두 팀은 올 시즌에도 그들만의 싸움으로 시즌 막바지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두 팀이 하위권으로 처진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꼽힌다.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외국인 투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올 시즌 유독 한화·KIA를 상대로 외국인 투수들이 선발등판한 경우가 많았다. 한화·KIA를 만나는 팀들은 외국인 투수들을 전면에 내세워 반드시 잡고자 했고, 두 팀은 외국인 투수 표적 등판의 벽을 깨지 못했다.
KIA(52경기)·한화(51경기)만이 50경기 이상 외국인 투수들을 선발로 상대한 가운데 넥센(49경기) 삼성(48경기) 두산(46경기) LG(42경기) NC(41경기) 롯데(40경기) SK(38경기) 순으로 나타났다. 40경기 안팎의 LG·NC·롯데·SK에 비해 KIA·한화는 외국인 투수들을 10번 이상 더 많이 상대했다.

올해 한화는 113경기 중 51경기에서 외국인 투수들을 선발로 맞붙어야 했다. 이 51경기에서 한화는 18승33패 승률 3할5푼3리에 그쳤다. 하지만 국내 투수들이 선발등판한 나머지 62경기에서는 28승32패2무 승률 4할6푼7리로 비교적 선전했다는 점에서 외국인 투수 공략 실패가 더 아쉽다.
특히 NC는 찰리 쉬렉(5경기) 에릭 해커(4경기) 태드 웨버(3경기) 등 외국인 투수 3명이 한화전 16경기 중 12경기에 선발등판했다. 한화는 삼성 릭 밴덴헐크(4패) 넥센 헨리 소사(3패) NC 웨버(3패)에게는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외국인 투수의 벽을 실감했다.
KIA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KIA는 시즌 112경기 중 52경기에서 외국인 투수들을 상대 선발로 맞이했다. 이 52경기에서의 KIA 성적은 20승32패 승률 3할8푼5리. 국내 투수들이 선발로 나온 나머지 60경기에는 28승32패 승률 4할6푼7리였다. 외국인 투수의 벽을 못 넘은 게 크다.
KIA는 넥센 앤디 밴헤켄(3패) 넥센 소사(2패) 삼성 밴덴헐크(2패) NC 찰리(2패) SK 트래비스 밴와트(2패) 롯데 쉐인 유먼(2패)에게 1승도 얻어내지 못하고 2패 이상 당하며 고전을 거듭했다. 부질 없는 가정이지만 이들에게 반타작이라도 했다면 4강 싸움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한화와 KIA가 유독 외국인 투수를 많이 상대한 건 불운이지만 엄연히 실력이기도 하다. KIA·한화 다음으로 외국인 투수 선발을 많이 상대한 넥센은 49경기에서 30승18패1무로 승률이 무려 6할2푼5리였다. 국내 선발투수가 나온 68경기에서 41승27패 승률 6할3리보다 좋은 성적. 외국인이든 국내든 가리지 않고 무섭게 두들겼다. 한화와 KIA가 '2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조건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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