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승리 아이콘 트래비스 밴와트(28)이 역투를 펼치며 시즌 8승째를 따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마지막 의구심으로 남아 있었던 이닝소화에 대한 시선까지 싹 지웠다. 내년 재계약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밴와트는 1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8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선보이며 넥센 강타선을 틀어막았다. 올 시즌 자신이 출전한 9경기에서 무려 7승을 거두는 동시에 8번이나 팀을 승리로 이끈 밴와트는 이날도 팀 승리의 기반을 놓으며 자신의 몫을 다했다. 팀 승리로 따지면 밴와트가 등판한 날 SK의 승률은 90%에 달했다.
1회부터 3회까지는 순항했다. 1회를 삼자범퇴로 넘긴 밴와트는 2회 선두 박병호에게 볼넷, 3회 1사 후 박동원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것을 제외하고는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4회에는 위기를 넘겼다. 선두 서건창에게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3루타를 맞으며 실점 위기에 몰렸으나 박병호의 얕은 좌익수 뜬공 때 좌익수 한동민이 홈으로 뛰던 서건창을 정확한 송구로 잡아내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5회에도 역시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했다. 1사 후 윤석민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밴와트는 김지수를 3루수 땅볼로 유도했으나 3루수 최정이 2루에 던지다 공이 빠져 1사 1,3루에 몰렸다. 하지만 밴와트는 흔들리지 않고 당시 박동원을 3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이번에는 최정도 침착했고 5-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완성시키며 밴와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여기까지는 지금까지도 쉽게 볼 수 있었던 일이었다. 문제는 6회부터였다. 밴와트는 투구수가 늘어난 6회 이후 다소 고전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밴와트의 4회 피안타율은 1할8푼2리, 5회 피안타율은 2할7푼3리였다. 그런데 6회에는 3할5푼3리로 뛰었고 7회에는 5할까지 치솟았다. 분명 뒤로 갈수록 힘겨운 양상이 있었다는 의미다. 밴와트가 다시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밴와트는 지금까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150㎞에 이르는 직구는 경기 후반에도 그대로였다. 힘이 있었다. 고비로 여겨졌던 6회에는 세 타자를 가볍게 처리했다. 그 사이 타선도 6회에 2점을 추가하며 밴와트를 도왔다. 힘을 얻은 밴와트는 7회에는 선두 박병호에게 좌전안타를 맞긴 했으나 이성열을 삼진으로, 유한준을 3루수 땅볼로, 윤석민을 삼진으로 잡았다. 투구수 102개의 상황에서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밴와트는 삼자범퇴로 가볍게 이닝을 요리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밴와트는 올 시즌 9경기 중 가장 많은 이닝 소화가 6⅓이닝으로 세 차례 있었다. 5회 이전 조기강판은 한 경기도 없었지만 7이닝 소화도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날 호투로 밴와트는 충분히 7회 이후 잘 던질 수 있는 투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쯤 되면 SK는 밴와트와 재계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졌다.
skullboy@osen.co.kr
인천=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