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사격 태극전사들의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인 정지혜(25, 부산시청)가 여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지혜는 12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사격연맹(ISSF)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여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 결선에서 197.4점을 쏴 2위 올레나 코스테비치(러시아, 196.7점)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메달은 유치아잉(대만, 177.0점)에게 돌아갔다.
한국 여자 10m 공기권총이 세계선수권 정상에 선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 종목 세계선수권에는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쿼터 6장이 걸려 있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2관왕 진종오(35, kt)와 여자 25m 권총 은메달을 딴 김장미(22, 우리은행)에 이어 3번째로 올림픽 쿼터를 획득해 겹경사를 누렸다.

예상 밖의 깜짝 금메달이었다. 정지혜는 본선에서 8위(382점)를 기록하며 8명이 겨루는 본선에 간신히 진출했다. 하지만 결선에선 20발 중 단 한번도 8점대를 쏘지 않는 안정된 감각을 과시했다. 5번째 발까지 4위를 기록하던 정지혜는 6번째 발에서 10.6점을 쏘며 1위에 올라섰다. 7번째 발에서 9.5점으로 잠시 2위로 떨어졌지만, 8번째 발에서 10.2점으로 다시 선두에 자리를 잡은 뒤 15번째 발까지 1위를 지켰다.
16번째 발에서 10.1점으로 코스테비치에게 1위를 다시 뺏긴 정지혜는 마지막 19번째 발에서 10.2점으로 쏘며 선두를 재탈환했다. 코스테비치는 19번째 발에서 8.4점을 쏘며 자멸했다. 정지혜는 마지막 20번째 발에서 9.2점을 기록하며 2위를 0.7점 차이로 제쳤다.
사격대표팀 마영신(42, 동해시청) 코치는 “정지혜가 국제대회 경험이 적고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잘 가꾸면 크게 될 재목이다. 뚝심도 있고, 매사에 긍정적인 것이 사격선수로서 큰 장점이다. 결선에 들어가기 전 ‘아시안게임을 대비한다고 생각하자. 6등 안에 들어서 올림픽 쿼터만 딴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쏘자’고 얘기했는데 큰 선물이 돌아왔다”며 기뻐했다.
정지혜는 “메이저대회(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솔직히 많이 떨렸다. (진)종오 오빠를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자기 경험을 얘기해주셔서 도움이 된 것 같다. 메달은 딸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금메달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만큼 많이 준비하고 훈련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2012년에 대상포진과 합병증으로 근육 만성 통증이 찾아와 사격을 1년 2개월 동안 그만뒀었다. 당시엔 ‘할 줄 아는 게 사격 밖에 없는데 어쩌나’하는 생각에 큰 회의감이 밀려왔다. 2013년부터 다시 총을 잡았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너무 기쁘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또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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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사격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