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을 찍었을 때, 사람들은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착실하게 전략을 짜는 이가 있는가 하면 만족하거나 혹은 지나친 성과에 두려워하는 부류도 분명 존재한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전자다. 올 시즌 최고의 폭발력을 보이고 있는 넥센 타선이지만 염 감독은 한계를 미리 그려놓지 않는다.
염 감독은 올 시즌을 돌아보며 “시즌 초반 선발 투수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불펜으로 돌려막기식이었다”라고 말한다. 중반 이후부터는 조금 나아졌지만 결국 넥센이 올 시즌 어려운 고비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타선이었다는 이야기다. 염 감독도 경기 중반까지 근소한 열세면 충분히 타선의 힘으로 뒤집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경기를 운영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처럼 굳이 수치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넥센 타선은 강했다. 상대에게 주는 공포감이 대단했다.
분위기를 탄 까닭인지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신의 경력에 길이 남을 만한 최고 성적을 냈다. 타고투저의 흐름도 고려해야겠지만 넥센 타자들이 최대치를 냈다는 평가도 줄을 잇는다. 유격수 공격 지표의 새 역사를 쓴 강정호, 지난해에 비해 타율을 1할 가까이나 끌어올린 서건창, 데뷔 후 첫 3할이 보이는 유한준, 최다 타점 기록 경신이 유력시되는 김민성 등 거의 대다수의 선수들이 흔히 말하는 ‘커리어 하이’ 성적을 냈다.

염 감독도 “야수 쪽은 거의 하이 클래스를 찍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라는 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고치를 찍었기에 올라가기보다는 내려올 가능성이 높은 것도 현실이다. 그렇다면 다음 시즌이 불안하지는 않을까. 이런 질문에 염 감독은 고개를 젓는다.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올해 설정된 한계를 또 한 번 경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염 감독은 “걱정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병호도 그런 과정을 이겨내지 않고 최고 타자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는가. 내년에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자신했다. 염 감독은 서건창의 예를 들며 “올해만한 성적을 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올해 활약은 안정적으로 3할을 치고 3할8푼 이상의 출루율을 기록할 수 있는 A급 선수가 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 구상 측면에서도 이런 타선의 폭발력을 이어갈 수 있는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있다. 최근 고종욱을 리드오프 자리에 투입시키며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 상징적이다. 고종욱이 염 감독의 말대로 ‘하루에 두 번을 출루’하는 리드오프가 된다면 서건창을 3번으로 투입시킬 수 있다. 염 감독은 “이 경우 상대로서는 중심타선을 두 번 상대하는 느낌을 받게 될 수도 있다”라며 고종욱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고종욱이 출루하면 2번부터 8번까지는 강력한 힘으로 상대를 몰아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간판타자 중 하나인 강정호가 해외 진출을 할 경우도 대비에 들어갔다. 가능성을 내비친 또 하나의 유망주 강지광을 유력 대체 자원으로 보는 등 내년 구상도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염 감독은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끔 준비하게 하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 내 몫"이라고 말하고 있다. 넥센 타선이 계속해서 한계를 지워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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