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다는 팀’ 조동화, 뼛속까지 팀 플레이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13 13: 00

선수들도, 감독도, 단장도, 심지어 사장도 악수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 손길이 향한 선수는 조동화(33, SK)였다. 그런 조동화는 살짝 웃기만 했다. 들뜬 기색은 단 하나도 없었다. 묵묵히 자신의 개인 장비를 챙길 뿐이었다. 평소와 다른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조동화는 1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선발 중견수 및 2번 타자로 출장, 5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3회 선취점의 발판이 되는 좌중간 안타, 그리고 2-0으로 앞선 6회 1타점 우전 적시타까지 치며 SK의 공격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날 2안타를 추가함으로써 프로 데뷔 후 15년 만에 첫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그간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소금과 같은 역할을 했던 조동화가 모처럼 빛을 보는 날이었다. 그런데 정작 경기 후 당사자가 가장 조용했던 것이다.
신고 선수로 입단, 갖은 고생을 다하며 SK의 주축 선수 중 하나로 우뚝 선 조동화는 빠른 발, 강한 수비와 작전 수행 능력, 그리고 헌신적인 분위기 메이커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타격에서는 크게 도드라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큰 무대, 결정적인 기회에서의 ‘한 방’이 방망이의 조동화를 기억하게 하는 징검다리 정도였다. 어떤 선수는 매년 도전할 수 있는 고지지만 그런 조동화였기에 더 값어치가 있었다.

그러나 조동화는 기록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조동화는 경기 후 “사실 경기 전에는 안타 두 개가 모자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경기를 하다 보니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6회 안타를 치고) 나갔는데 누가 공을 챙기더라. 그때 100안타를 기록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떠올렸다. 흐름상 팀이 반드시 도망가야 했던 중요한 순간, 조동화는 개인기록보다는 어떻게든 조상우(넥센)의 위력적인 구위를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프로 15년차의 선수이긴 하지만 기록으로 드러나는 조동화의 최고 시즌은 바로 올 시즌이다. 12일까지 113경기에 나서 두 시즌 연속 규정타석 진입에 성공했고 33번이나 상대 베이스를 훔쳤다. 수비에서의 공헌도는 일품이다. 본 포지션인 우익수와 코너 외야수는 물론, 최근에는 중견수 수비까지 보며 진가를 과시 중이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면서 도루 30개 이상은 하고 싶다”라던 시즌 전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룬 셈이다.
그래서 그럴까. 조동화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이젠 개인기록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다”면서 으레 그랬듯 다시 팀의 이야기를 꺼냈다. 조동화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팀이 잘 뭉치고 있고 분위기도 좋다. 그리고 성적도 이제 해볼 만한 위치가 됐다”라면서 “개인보다는 팀을 위해, 그리고 4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후배들에게 조언은 물론 농담으로 긴장까지 풀어주는 ‘분위기 메이커’다운 포부였다.
“FA가 되기 전 100안타를 쳐서 다행이다. 그것도 못하고 FA가 되면 어쩌나 싶었다”라고 농담을 한 조동화지만 이미 100안타 뒤에 숨겨진 그의 가치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리그 최고의 ‘팀 플레이어’ 조동화가 이제 익숙한 가을 냄새를 좇고 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