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선 대폭발’ SK, 김경기 플랜 현실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13 06: 25

SK의 타선이 질주하고 있다. 외국인 타자라는 ‘장작’ 하나 없이도 활활 타오르는 중이다. 자연히 김경기(46) SK 타격코치가 부린 재주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 코치는 선수들의 공으로 돌리지만 김 코치의 시즌 구상이 제대로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큰 기대를 걸고 영입했던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이 퇴출된 이후 SK는 국내 선수들로만 타선을 짜고 있다. 다른 팀에 비하면 불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SK 타선은 후반기 들어 이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폭발력을 과시 중이다. 특정 선수가 타선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전체 선수들이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며 빈틈이 사라졌다. SK의 후반기 타율은 3할9리로 삼성(.327)에 이은 리그 2위다. 전반기 타율(.283)보다 2푼 이상 올라갔다.
그렇다면 전반기와 후반기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김 코치는 이에 대해 “기술적으로 특별히 향상된 부분은 없다. 다만 전체적인 팀 사이클이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SK는 올 시즌 전지훈련부터 야수진의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며 대다수의 선수들이 절정의 타격감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항상 그 사이클을 유지할 수는 없는 만큼 잠시 떨어졌지만 이내 다시 올라와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김 코치는 “전체적인 타격 슬럼프가 거의 없었고 찬바람이 불면서 체력적인 부분이 회복되고 있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김 코치가 시즌 전 세웠던 세 가지 목표도 착실하게 진행 중이다. 김 코치는 “타격 슬럼프가 전체적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1~2명이라도 끌어올리는 것, 그리고 타선을 전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선수가 돌아가며 나오는 것이 올 시즌 목표였다”고 떠올렸다. 첫 번째는 그럭저럭 잘 된 편이고 두 번째는 이재원 김성현 이명기 임훈 등이 맹활약하며 오히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SK 타선의 미래는 분명 올 시즌을 통해 확 밝아졌다.
세 번째는 사실 스캇 최정 박정권 등 중심타자들의 부상 및 부진으로 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재원이 눈부신 활약을 하며 만회했다. 김 코치는 “이재원이 전반기에 정말 중요한 몫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재원의 감이 떨어진 이후로는 최정 박정권 이명기가 돌아가면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한동민 김상현 정상호까지 적재적소에 해결사로 등장하며 꽉 짜인 타선 구축이 가능해졌다. 중간중간 기복은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김 코치의 계획대로 시즌이 돌아간 셈이다.
그렇다면 SK 타선은 앞으로도 이런 활황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김 코치는 “한창 좋을 때의 모습을 매 경기 이어가기는 어렵겠지만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에도 우리가 타자 쪽에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코치는 그 이유로 선수들의 노련함과 체력적인 회복을 들었다. 김 코치는 “분명 기량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베테랑 선수들은 전지훈련에서 개막전을 기다리는 것처럼 특정 시점에 100% 컨디션으로 대기할 수 있는 능력들이 있는 선수들이다”라고 평가했다.
젊은 선수들은 잠깐 쉬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코치는 “젊은 선수들 같은 경우에는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체력적으로 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직 한 시즌을 모두 뛰어본 경험이 적은 만큼 한 차례 정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코치는 “3~4일 휴식일 직후 우리 팀의 타격은 나쁘지 않았다”며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세 가지 계획을 잘 진행해온 김 코치가 네 번째 계획도 완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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