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 유격수 도전’ 김성현, 최고 시즌 예약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13 07: 00

시즌 시작 때까지만 해도 불안감이 있었다. 기대도 컸지만 우려도 적잖았다. 그러나 어느덧 시즌이 끝날 시점이 되자 팀과 팬들에게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됐다. 올 시즌 공·수에서 급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성현(27, SK)이 최고의 시즌을 예약했다.
김성현은 12일 현재 110경기에 나가 타율 2할9푼7리, 5홈런, 41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까지 한 시즌 최고 타율이 2할3푼9리(2012년)에 불과했던 김성현의 놀라운 발전세가 실감난다. 수비에서도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초반에는 실책이 많아 유격수로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다르다. 안정된 수비의 연속이다. “화려하다. 나와 비슷한 느낌의 수비를 한다”는 국민 유격수 박진만의 호평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일취월장한 방망이, 그리고 수비에서의 안정감 향상으로 최근 적잖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김성현이지만 정작 스스로는 이를 부끄러워한다. 3할은 “어려운 것 같다”라고 대답하고 최근 수비 안정감에 대해서는 “그냥 계속 쉬운 타구만 오는 것 같다. 옆에 있는 (최)정이형이 잘 도와준다”라고 머리를 긁적인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주위의 평가는 다르다. 김성현은 분명 한 단계 더 성장했다.

김경기 SK 타격코치는 올 시즌 가장 타격이 발전한 젊은 선수로 김성현의 이름을 가장 앞에 거론한다. 이만수 SK 감독은 “수비도 많이 좋아졌다. 경기에 계속 나가니까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요즘 수비를 참 여유 있게 한다. 마치 박진만을 보는 느낌”이라고 칭찬했다. 구단 관계자들도 “풀타임 첫 시즌을 보내는 선수가 오히려 여름 이후 더 힘을 내고 있다”라고 놀라워하고 있다.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였던 규정타석 진입은 이미 확정된 김성현이다. 정정당당한 3할 유격수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성현은 꾸준히 3할 언저리를 오가고 있다. 확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대신 꾸준히 타율을 유지 중이다. 그러면서 홈런포까지 터뜨리는 등 한 방의 이미지까지 심어주고 있다. 스스로는 이런 질문에 손사래를 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당연히 해보고는 싶은 목표”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눈빛이 반짝인다.
그래도 수비가 최우선 중점사항인 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수비 범위가 넓고 역동적인 까닭에 하이라이트 필름을 자주 만들어내는 김성현은 “시즌 초반에는 쉬운 타구를 많이 놓쳤다. 잘 잡고 송구가 빗나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박진만의 부상으로 갑자기 찾아온 주전 자리가 준 부담감과 긴장감이 큰 원인이었다. 실책은 또 다른 실책을 부르기 일쑤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한결 여유가 생겼다. 지난 한 달 동안 23경기에서 실책은 단 2개뿐이었다. 호수비는 그 이상이다. 자신감이 쌓이자 스텝도 경쾌해지고 신도 난다. 체력적 부담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됐고 이제 시즌 막판까지 왔다. 이처럼 최고 시즌을 일찌감치 예약한 김성현의 자신의 한계를 어디까지 늘릴 수 있을지, SK의 시즌 막판을 보는 꽤 즐거운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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