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의 대구구장 펜스가 아닐 수 없다.
한화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29)는 지난 12일 잠실 두산전에서 5경기 만에 중견수로 수비에 복귀했다. 그러나 왼쪽 어깨 통증이 완벽하게 낫지 않은 상황에서 피에는 제대로 된 송구를 할 수 없었다. 피에 특유의 거침없는 팔 스윙은 안 보였다. 힘없는 사이드암 송구로 보는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샀다.
수비에서 약점을 노출한 피에는 결국 6회부터 송주호로 교체돼 경기를 빠져야 했다. 피에 스스로 통증에도 강력하게 출장 의지를 보였지만 결과는 안 좋았다. 피에는 자신의 SNS에 부상당한 사진을 올리며 답답한 마음을 나타냈다. 사진은 바로 지난 5일 대구 삼성전에서 피에가 수비 중 다친 장면이었다.

피에는 지난 5일 대구 삼성전 1회말 수비 때 박한이의 중견수 방면으로 향하는 타구를 쫓다 펜스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펜스 철망 위로 향하는 타구를 잡으면서 딱딱한 펜스와 그대로 충돌했다. 딱딱한 펜스가 충격 흡수 기능을 하지 못했고, 피에는 왼쪽 어깨를 그대로 다쳤다.
타구를 잡은 뒤에도 글러브를 낀 왼팔을 들어올리며 아웃임을 확인시킨 피에는 그러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송주호와 교체돼 병원에 후송됐다. CT 및 MRI 촬영 결과 골절 및 탈골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통증이 남아 처음으로 4경기 연속 결장해야 했다.
한화 관계자는 "피에가 대구구장은 자주 오지 않았다. 대전구장처럼 펜스가 푹신한 줄 알고 부딪치다 다쳤다. 다행히 어깨가 그대로 펜스에 닿지 않아 큰 부상을 피할 수 있었다. 피에도 처음에는 많이 놀랐다"고 했다. 구장 시설 때문에 다쳤으니 그 속마음은 오죽 답답할까.
피에는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페이스가 아주 좋았다. 8월 이후 부상 전날까지 21경기에서 73타수 29안타 타율 3할9푼7리 5홈런 19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한화의 반등을 이끌고 있었다. 그런데 부상으로 빠지며 타격 페이스가 떨어졌고, 팀도 2연승 이후 4연패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피에는 웬만한 부상은 참고 뛴다. 한화 관계자는 "피에가 아프다면 정말 아픈 것이다. 이곳 저곳 안 좋은 부위가 많지만 어떻게든 경기에 뛰려 한다. 프로 정신이 아주 뛰어난 선수"고 했다. 자신의 몸만 챙기기에 바쁜 외국인선수들이 대부분인데 반해 피에의 투혼은 단연 돋보인다. 그런 그가 100% 뛸 수 없게끔 아파하고 고통을 준 게 바로 대구구장 펜스다. 시즌 후 펜스를 교체하는 대구구장이지만 이미 사고가 난 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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