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 필수적인 인물이 갈등유발자다. 그들은 긴장감을 높이고 각종 사건·사고를 만들어 낸다. 지독한 악인이 등장할 때도 있고, 악녀와 밉상 사이의 여우가 모습을 드러낼 때도 있다. 때론 시청자들에게 답답함을 안기지만, 그들이 무너질 때 안기는 통쾌함은 꽤 강렬하다.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는 ‘여우’들을 살펴봤다.
◇ 김서형 이을까 ‘왔다 장보리’ 이유리
김순옥 작가가 창조한 희대의 악녀는 SBS ‘아내의 유혹’(2008)의 신애리(김서형)였다. 친구의 남편을 탐하고 악행을 일삼았다. 이에 버금가는 인물이 방영 중인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의 연민정(이유리)이다. 거짓말, 협박, 음모 등 끝을 모르는 그의 악행 퍼레이드 덕분에 ‘왔다 장보리’는 3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민정의 욕심은 끝이 없다. 또 뻔뻔하다. 옛 연인 문지상(성혁)의 등장으로 궁지에 몰리지만, 이에 맞대응하는 연민정도 만만치 않다. 오래전 친자식까지 버린, 악다구니 같은 그다.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 행복은 이미 먼 이야기다. 양언니에게 당하기만 하는 착한 장보리(오연서) 보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연민정에게 시청자들은 묘한 매력을 느낀다.
◇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연애의 발견’ 윤진이
KBS 2TV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극본 정현정, 연출 김성윤 이응복)은 현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캐릭터와 상황 묘사로 2030세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야기는 현재 남자친구 남하진(성준)과 예전 남자친구 강태하(문정혁) 사이에 놓여버린 한여름(정유미)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완벽에 가까운 하진이었지만, 아림(윤진이)이 등장하면서 여름의 견고한 믿음은 흔들린다.
아림 입장에서 하진에게 끌리는 것은 당연하다. 밝고 씩씩한 명랑소녀인 아림은 고아 출신으로 금전적으로 늘 부족해 쉼 없이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친절하고 다정한 키다리 아저씨 하진은 설레는 존재다.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본능적으로 눈치 챈 여름에게 어리고 예쁜 아림은 눈엣가시와도 같다.
◇ 알고보니 사랑이었네 ‘유혹’ 윤아정
SBS 월화드라마 ‘유혹’(극본 한지훈 연출 박영수)의 한지선(윤아정)은 식상한 듯 보이지만 실은 신선한 인물이다. 초반 그는 끊임없이 남편 민우(이정진)의 바람을 의심하는 의부증 아내였다. 알고 보니 그는 초등학교 동창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그로인해 재벌가 며느리 자리에서 쫓겨났다. 그 와중에 위자료로 백화점을 당당히 요구했다. 여기서 멈추면 지선은 그저 욕심 많은 여자에 머물렀다.
반전은 그가 여전히 민우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전 남편인 민우를 유혹해 아이를 임신했다.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라고 믿었지만 결국 유산했다. 임신도 유산도 시청자들에겐 놀라운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지선은 민우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민우에겐 당황스러운 고백이었지만, 아이들의 엄마인 지선에게 민우는 친근감과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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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