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초반에는 호수비로, 중반에는 방망이로 경기를 지배했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나성범(25, NC)이 공·수에 걸친 맹활약으로 아시안게임 대표의 자격을 여실히 증명했다.
오는 22일부터 열릴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멤버로 당당히 발탁된 나성범은 1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맹활약을 이어가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공·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위기에 몰려 있던 팀을 구해내는 해결사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실 NC의 이날 경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초반에는 최근 상승세가 무서운 SK에 끌려가는 기색이 역력했다. 2회 2점, 3회 1점, 5회 1점을 내줘 5회까지 1-4로 뒤졌다. 그러나 일찌감치 수건을 던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나성범의 수비 덕분이었다. 2~3차례의 호수비가 NC 마운드의 조기 붕괴를 막아냈다.

1회 1사 1루에서는 최정의 타구가 높게 떴다. 좌중간을 가를 수도 있었던 타구였다. 그러나 나성범이 침착하게 쫓아 담장 앞에서 공을 잡아냈다. 나성범의 타구 판단, 몸놀림, 침착함 중 하나라도 결여됐다면 발 빠른 조동화의 진루는 거침이 없을 수도 있었다.
2회 수비는 결정적이었다. 선취점을 내줘 0-1로 뒤진 2사 만루에 몰린 찰리를 상대로 최정이 다시 가운데 담장을 향하는 큰 타구를 쳤다. 공이 높게 뜨기는 했지만 워낙 크게 뻗었다. 담장에 튀어 넘어갈 수도 있는 타구로 보였다. 그러나 역시 이 타구를 침착하게 쫓은 나성범은 마지막 순간 담장 앞에서 뛰어 올랐고 펜스를 직격할 기세였던 타구를 정확히 잡아내며 SK 팬들을 허탈하게 했다. 2사라 잡지 못했다면 곧바로 3실점이었다.
수비에서 몇 점을 번 나성범은 공격에서도 맹활약했다. 이날 나성범은 많은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하나의 안타가 결정적이었다. 1-4로 뒤진 6회 무사 1,2루 상황이었다. SK 선발 여건욱은 간혹 제구가 안 되는 모습은 있었지만 5회까지 단 1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며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나성범이 이런 여건욱을 무너뜨렸다. 체인지업이 덜 떨어진 것을 놓치지 않고 힘차게 방망이를 돌려 좌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3점 홈런을 터뜨렸다. 해결사 면모였다.
이렇게 나성범이 분전한 덕에 NC는 초반 위기를 딛고 6회 4점, 7회 6점을 내는 등 폭발해 11-4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다른 선수들의 활약도 빛났지만 어려울 때 제 몫을 해주는 것이 스타라는 것을 생각하면 나성범은 이날 최고의 스타였다. 아시안게임이라는 대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 확실한 나성범의 활약은 대표팀에 주는 메시지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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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