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가도 내가 주전이다, 그런 믿음이 있다. 선수단 내부서 그런 분위기가 형성이 됐다."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앞두고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최근 물만난 고기처럼 신들린 용병술을 선보이며 로테이션을 운용 중인 최 감독이 밝힌 '비법'이다.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26라운드 인천과 경기서 최 감독은 자신의 말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선수들이 자신들의 실력과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를 자체 검증했다고 표현해도 좋으리라. 서울은 이날 전반에만 2골을 터뜨리며 인천을 3-1로 완파하고 올 시즌 상대전적 3승 1패, 최근 7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렸다.

이날 서울의 라인업은 인천을 5-1로 대파했던 지난 21라운드와 흡사했다. 김진규, 김치우가 빠지고 오스마르-김남춘-김주영이 스리백을 구성하고 허리에 이상협과 강승조가, 좌우 윙백에 최효진과 차두리가 자리했다. 전방에는 최정한과 윤주태, 고요한이 섰다. 최정한과 윤주태의 한 발 뒤에서 고요한이 폭넓은 움직임을 보였다. 몰리나와 에스쿠데로는 벤치에서 시작했고 이웅희, 에벨톤은 다음 주 있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를 위해 명단에서 아예 제외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FA컵과 ACL에서 모두 살아남은 서울은 전략적으로, 그리고 필연적으로 로테이션 체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로테이션 체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이 뒷받침이 되어줘야한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하고, 그라운드에 나섰을 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해야한다는 뜻이다. 큰 맘 먹고 가동한 로테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 위험부담은 몇 배로 크게 돌아오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은 매해 반복되는 힘겨운 스케쥴 속에서도 로테이션을 가동하지 않았던 팀이기에 이러한 변화는 더욱 눈에 띄었다. 본격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한 지난 인천전은 최 감독 입장에서는 차라리 도박에 가까웠다. 결과는 최 감독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5-1 대승이었다. 벤치 멤버들은 그동안의 울분을 풀어내듯 경기를 풀어갔다. 최 감독에게 있어서는,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긴 한 판이었다.

그 믿음은 이후로도 이어졌다. 최 감독은 로테이션의 계기가 된 21라운드 이후 한 달여만에 다시 만난 인천전을 앞두고 "누가 나가도 내가 주전이다, 그런 믿음이 있다. 선수단 내부서 그런 분위기가 형성이 됐다. 분위기를 만드니까 되더라"며 깊은 미소를 보였다. 최 감독의 말대로, 믿음이 있어서였을까. 윤주태와 최정한은 이날 나란히 골을 터뜨리며 최 감독의 로테이션에 대해 말보다 행동으로 지지를 보였다. 벤치에 있다가 후반 교체투입된 김진규는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추가골을 보탰다.
"물론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까지가 쉽지 않았다. 머리가 아팠다"며 엄살도 부린 최 감독이지만, 힘겨운 일정 속에 훌륭하게 로테이션에 적응해준 선수들의 활약에 배가 부른 것도 사실이다. 7경기 무패로 한창 잘 나가고 있는 서울은 지금 '되는 집'이다. 되는 집 답게, 누가 해도 참 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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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