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끝없는 사랑', 믿고 보는 황정음도 역부족일까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4.09.14 07: 35

SBS 주말드라마 '끝없는 사랑'은 '믿고 보는' 황정음의 출연작으로 방송 초기부터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 예상은 빗나간 걸까. 반복되는 이야기, 자극적인 설정 등으로 '끝없는 사랑'은 목적지를 잃고 내달리기만 하는 상황이다.
지난 6월 첫 방송된 '끝없는 사랑'은 총 40부작으로 기획됐다. 지난 13일 방송분은 24회차로, 이야기는 반을 훌쩍 넘어왔다. 그러나 시청률을 비롯해 반응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금껏 시청률이 두 자릿수를 넘은 때는 지난 8월 30일 방송된 21회분이 유일하다. 이는 이 드라마의 자체최고시청률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화려하고 거대하다. 서인애(황정음 분) 어머니의 죽음부터 시작해 대통령의 야망을 가진 이들의 정치 싸움, 군부 독재 시절의 아픈 사회상까지 다루고 있다. 그러나 너무 욕심이 컸을까. 이러한 이야기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시청자들의 마음도 잡지 못했다.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저마다의 상황과 욕망이 펼쳐지는 전개는 시청자들의 피로도만 높이고 있다. 

사실 이야기가 복잡 다단하더라도 그만큼의 매력을 가지고 잘 풀어낸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끝없는 사랑'은 얼핏보면 대단해보이는 이야기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도돌이표를 돌고 있다. 초반 빠른 전개를 보여주며 가열차게 달려나갔던 '끝없는 사랑'은 어느샌가 한 자리만 맴도는 모습이다.
그 예로 주인공 인애는 몇 회 내내 교도소에서 고생만 하더니, 이제는 환자가 돼 아파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인애와 한광훈(류수영 분), 한광철(정경호 분)의 삼각관계 또한 그러하다. 광훈은 한 아이의 아빠가 돼서도 인애에게 아내 몰래 전화를 걸고, 광철은 언제나 인애에게 대가 없는 사랑을 베푼다. 이러한 각 인물들의 상황은 그 구체적인 내용은 바뀔지라도 별다른 변화는 없다.
복수라는 큰 목표를 이뤄나가는 인애의 모습이 이야기의 큰 축인 '끝없는 사랑'이지만, 언제까지나 당하기만 하고 울기만 하는 인애의 모습은 매력적이지는 못하다. 민혜린(심혜진 분)과 박영태(정웅인 분)은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도 여전히 당당하고 더 악랄하다. 그럼에도 인애가 현재까지 성공한 복수는 거의 전무하다. 여주인공의 고난, 그리고 이에 걸맞은 복수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은 당하기만 하는 인애의 모습에 지쳐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드라마의 자극적인 소재 또한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애가 혜린, 영태에 의해 수감되고, 그 안에서 성폭행을 당해 임신까지 이르게 되는 이야기는 크게 화제를 모을 정도였다. 물론 그 화제는 부정적인 방향이었고, 13일 방송분에서 이 아이를 무사히 낳는 인애의 모습까지 등장하며 이러한 비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방황하는 '끝없는 사랑'은 배우들의 열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믿고 보는'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정도로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를 가지고 있는 황정음은 '끝없는 사랑'을 통해서도 많은 호평을 이끌어냈다. 또한 정경호와 같은 젊은 배우부터 정웅인, 심혜진 등의 중견 배우들까지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배우들의 호연에도 '끝없는 사랑'은 방황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끝없는 사랑'에겐 16회동안의 기회가 남아있다. 이 드라마가 목적지를 향해 제대로 노를 저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mewolong@osen.co.kr
'끝없는 사랑'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