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진의 마음엔 여전히 비가 내린다. 김영광의 입맞춤에 마음을 모두 내줬다가 큰 상처만 입고 조그맣게 움크린게 어느덧 2년째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아홉수소년'(극본 박유미, 연출 유학찬) 속 강진구(김영광 분)와 마세영(경수진 분)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애매하고 복잡한 관계다. 지난 12일 방송된 6화 '우리는 외계인을 사랑한다' 편에서도 이는 또 한 번 여실히 드러났다.
3살차 입사 동기인 두 사람은 동성처럼 서로를 편히 대하는 사내 대표 절친남녀. 하지만 2년전 진구를 향한 세영의 일방향 화살표가 한 차례 엇나간 적이 있다. 그 당시 진구는 수많은 여성에게 의미 없는 공수표 입맞춤과 작업을 반복했던 바람둥이였다.

세영의 마음이 짓밟힐 때로 짓밟힌 다음에서야, 진구는 세영에게 빠져들고 그만을 바라본다. 무려 7개월이라는 시간이 엇갈렸다. 장난스런 키스로 어긋난 그가 자신의 '운명'이란 걸 알고나서, 강진구의 마음에도 세영처럼 비가 내린다.
여기에 또 하나의 화살표가 추가됐다. 절친 입사동기 박재범(김현준 분)이 세영을 향한 속마음을 고백한 것. 짝사랑녀와 절친을 둘 다 잃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진구는 결국 뒤늦은 고백을 결심한다. 예고없던 비가 쏟아지던 회사 워크샵 날, 두 번째 입맞춤을 한 뒤의 고백. 돌아오는 건 세영의 원망스런 눈빛과 따귀였다. 그렇게 세영은 또 다시 상처입을까 진구를 밀어내고 또 밀어냈다.
결국 하늘에서 또 한 번 비가 세차게 쏟아지던 날, 진구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욕심 때문에 좋은 친구까지 잃고 싶지 않다. 삼식이 없는 회사생활은 정말 자신이 없다. 전처럼 우리 친구로 지내자. 거기까지만 할게"라는 말로 자신의 진심을 억눌렀다. 고백을 거둬들이고, 일보 후퇴해 곁에 남기로 결심한 것. 사랑 고백보다, 한 뼘 더 슬픈 고백이었다.
진구는 세영의 버스 빈자리에서, 세영은 진구가 건넨 우산을 바라보며 서로의 온기를 자연스레 떠올렸다. '멀어지네요. 어쩌면 우린 사랑이 아닌 집착이었을까요. 어쩌면 우린 사랑이 아닌 욕심이었나봐요'. 이런 두 사람을 휘감는 BGM은 넬의 '멀어지다'였다. 두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아홉수소년'에 등장하는 아홉수의 네 남자 구광수(오정세 분), 강진구, 강민구(육성재 분), 강동구(최로운 분) 중 사랑이 이뤄지는 이는 단 한 명뿐이라 예고됐다. 이 하나의 결실이 진구-세영 커플이 될 수 있을지, 기나긴 시간 쏟아지고 있는 세영의 마음 속 비가 그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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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제공. '아홉수소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