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심장 이병규(9번)가 팀 전체를 일으켰다. 공수 맹활약으로 선두 삼성을 잡는 데 앞장섰고, LG는 SK와 두산의 거센 추격을 따돌렸다. LG는 14일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동안 4위에 자리한다.
LG는 13일 잠실 삼성전에서 이병규의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시작은 수비였다. 이병규는 1회초 최형우의 큰 타구를 빠르게 2루에 있던 오지환에게 송구했고, 오지환은 최경철에게 릴레이하며 박한이의 홈 태그아웃이 이뤄졌다. 삼성의 주루플레이를 정확히 예측해 실점을 막았다.
이병규는 당시 상황에 대해 “최형우가 빠른 타구를 날렸다. 최형우의 발이 빠르지는 않기 때문에 2루까지 가리라 생각은 안했다. 내가 최형우를 의식한 듯 2루에 던지면 상대에서 분명 홈까지 노릴 거라고 예상했다”며 “박한이가 홈까지 갈 것 같아서 서둘러 (오)지환이에게 던졌는데 홈까지 릴레이가 잘 이뤄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양상문 감독도 “즉흥적인 릴레이가 제대로 이뤄졌다. 미리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우리 선수들이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적절하게 펼쳐줘서 선취점을 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타석에선 삼성 에이스투수 밴덴헐크의 변화구를 공략했다. 4회초 150km 후반대의 패스트볼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같은 타이밍으로 칠 수 있는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았다. 이병규는 4회초 결승타 순간을 놓고 “밴덴헐크가 빠른 공 위주로 던지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은 빠른 공에는 배트가 좀 밀렸는데 슬라이더가 들어왔고, 슬라이더도 빠르기 때문에 좀 먹혔지만 코스가 좋은 타구가 나와 점수가 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실 이병규는 복귀 후 빠른공에 배트가 늦곤 했다. 다리 부상으로 약 3개월 동안 재활하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배트스피드가 올라오며 빠른 공에 타이밍이 맞고 있다. 지난 9일 광주 KIA전에서도 송은범의 패스트볼에 우전적시타를 날렸다. 이날은 밴덴헐크의 강속구에 당하지 않고, 변화구로 유인하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타격왕을 차지했을 때의 감각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병규는 LG의 심장이자 정신적 지주다. 이병규의 안타 하나에 팀 전체가 활기를 띄고, 이병규의 한 마디에 팀이 자신감을 얻는다. 위기에 처하면 자연스레 선수들은 이병규를 바라본다. 이 때마다 이병규는 그라운드에선 결정타를, 덕아웃이나 락커룸에선 위트 넘치는 한 마디로 팀을 살려놓았다.
지난해 7월 넥센에 3연패를 당하며 10번 연속 위닝시리즈가 무너지자 “잘 졌다. 다시 뛰면 된다. 접전 끝에 지는 것보다 이렇게 시원하게 지는 게 후유증도 크지 않다”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페넌트레이스 2위를 결정지은 두산과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을 앞두고는 “오늘 반드시 이겨야한다. 그래야 이틀 쉴 수 있다. 오늘 지면 하루 밖에 못 쉰다”고 긴장하던 선수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이병규가 이렇게 선수들에게 존경을 받는 것은 언제나 솔선수범하기 때문이다. 경기 중 자신의 스윙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곧바로 실내 연습장에서 땀을 쏟는다. 올 시즌 LG에 합류한 베테랑 임재철은 이병규에 대해 “정말 엄청난 선배님이다. 사실 다른 팀에 있을 때는 이 정도로 야구에 임하는 자세가 대단하신 줄은 몰랐다. LG에 와서 이병규 선배님을 통해 정말 큰 것을 배우고 있다”고 감탄했다.
이병규는 “어차피 프로는 경쟁 아닌가. 매일 경기에 뛰는 것이 즐겁고 그러기 위해선 항상 나를 증명해야 한다. 나이가 많다고, 해온 게 많다고 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덧붙여 이병규는 “사실 복귀 후 부진해서 선수들과 팬들에게 죄송했었다. 그래도 4위를 지키고 있다. 선수들 전체가 지난해 경험을 해서 그런지 위기가 오면 더 집중한다. 내일도 이겨서 4위를 사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심장이 뛰자 팔 다리도 빠르게 움직인다. LG는 이병규가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자 박경수도 전타석 출루했고, 김용의도 안정된 수비와 팀배팅으로 활약했다. 수비 역시 경기 내내 안정적으로 이뤄지며 수 차례 더블플레이를 만들어냈다. 다시 하나로 뭉친 LG가 4위 사수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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