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4강 노리는 SK 히든카드 '탄탄 수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14 10: 22

좀처럼 예년의 수비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SK가 가을바람과 함께 점차 안정을 찾고 있다. 타 팀에 비해 압도적인 수비력을 자랑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팬들의 혀를 차게 하는 수비는 눈에 띄게 줄었다. 돌려 말하면 SK가 4강에 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지금 정도의 수비력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SK는 올 시즌 초반 극심한 수비 불안에 시달렸다. 특히 내야 사정이 너무 안 좋았다. 팀의 한창 전성기 때는 어려운 타구를 따라가다 놓쳐 실책이 기록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면, 올 시즌 초반에는 평범한 타구도 쉽게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송구 실책은 덤이었다. 보이지 않는 실책까지 합치면 SK의 수비력은 리그 최하위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 수비의 핵심이었던 개막 유격수 박진만이 부상으로 이탈한 뒤 수비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김성현은 기본적으로 뛰어난 수비 센스를 가진 수비수지만 경험이 부족했다. 여기에 나주환은 본 포지션인 유격수를 떠나 2루수로 자리를 옮겼다. 전지훈련에서 “기대 이상으로 잘한다”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불안감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호흡을 맞춘 기억이 거의 없는 키스톤콤비가 흔들리자 무게를 잡아줘야 할 코너의 최정과 박정권까지 덩달아 흔들렸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실제 올 시즌 SK의 내야수들은 실책수가 많다. 13일 현재 김성현이 18개, 최정이 12개, 나주환이 9개를 기록 중이다. 수비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진급 선수들이 더러 등장한 것도 전체 실책을 키우는 원인 중 하나였다. 올 시즌 투수를 제외한 SK 야수들의 전체 실책은 83개로 한화(92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지난 5월 1일 광주 KIA전에서 한 경기에만 8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프로야구 불명예 역사를 다시 쓴 것은 SK의 현 주소를 설명하는 상징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호전되고 있다. 지난 한 달인 8월 13일 이후 SK 야수들의 실책은 22경기에서 11개다. 이는 넥센(7개)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은 실책이다. 굳이 기록을 찾지 않더라도 “수비를 못해서 졌다”라는 인상을 주는 경기가 최근 거의 없었던 것은 사실. 그렇다고 내·외야를 이루는 선수들의 면면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뀌었을까.
크게 경험에서 나오는 안정감과 부담감 완화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이만수 SK 감독은 “처음에는 쉬운 것들을 많이 놓쳤다. 하지만 지금은 어려운 타구의 바운드 미스 정도에서 실수가 나온다”라고 했다. 납득이 가는 실책만 한다는 의미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선수들을 계속 내보내주니까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계속 나가다보니 긴장감도 덜해진다. 이제는 다들 여유 있게 하는 느낌”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선수들도 특별한 기술적 향상보다는 심리적인 부담감을 던 것이 안정화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주환은 “경기를 하면서 실책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와도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분명 일정 수치의 실책은 하게 되어 있다”라면서도 “초반에 몰아서 나오다보니 아무래도 위축됐던 것 같다. '경기에서 지는 게 다 나 때문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부담감이 없어진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서로를 격려해주고 있다. 내야 멤버 중 가장 경험이 적은 김성현은 “옆에서 선배들이 많이 도와준다”라고 고마워한다. 실책을 할 때는 서로 ‘괜찮다’라며 다음 플레이에 집중하자는 격려가 오고 간다. 송구 실책은 1루수 박정권이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집중력 있는 포구를 해주고 있다. 웬만한 타구는 실수 없이 다 걷어내며 나머지 야수들의 부담을 더는 중이다. 전반기와는 달리 수비로 버티는 경기가 많아져야 SK도 4강 그림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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