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무도’, 하다하다 정형돈이 멋있을 줄이야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9.14 11: 24

눈을 비비고 봐도 DJ 음향 장비를 움직이는 손가락이 멋있고 라디오의 대가 배철수 앞에서 주눅이 들어있는 모습마저 귀엽다. 정형돈의 험난하지만 진정성 있는 DJ 도전기가 그를 ‘뚱뚱하고 떼쓰는’ 웃긴 개그맨으로 알고 있었던 여성 시청자들의 눈빛을 바꿔놨다. 
정형돈은 지난 13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라디오 스타’ 특집으로 DJ 도전에 나섰다. 그가 맡게 된 프로그램은 30년 역사를 가진 ‘배철수의 음악캠프’. 팝 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동시에 배철수라는 ‘DJ계 전설’이 이끄는 프로그램인 까닭에 음악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정형돈이 DJ로 나선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었다.
심지어 연출마저 라디오 국장이 하고, 작가는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출범한 이래 이 프로그램을 맡고 있으니 정형돈이 기가 죽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뭐든지 열심히 했던 정형돈이 만든 노력은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며칠 만에 확 달라졌다. 음향 장비를 제법 능숙하게 다루게 됐고, 배철수 성대모사까지 준비했으며, 부정확한 발음이 다소 개선됐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학창시절부터 좋아했다고 밝힌 정형돈. 소피 마르소 못지않게 배철수를 좋아했고, 자신이 가진 음악 지식이 모두 이 프로그램을 청취하며 얻은 것이라고 말하는 정형돈이 어엿한 DJ가 되는 과정은 뿌듯한 감동이 있었다.
동시에 주눅이 들어 특유의 뚱한 표정을 짓고, 배철수의 칭찬에 함박웃음을 짓는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마저도 멋있게 다가오는 마력이 발생했다. 며칠간 허공에서 손가락을 휘휘 움직여가며 음향 장비 구동 연습을 하고, 배철수의 목소리를 들으며 라디오 진행 연습을 거듭한 모습을 봤기에 ‘열심히 뭔가에 빠진 남자’ 정형돈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오죽하면 여성 시청자들이 근육질과 거리가 먼 ‘동글동글한’ 그의 등판, 음향 장비를 움직이던 그의 등판이 멋있다는 예상 외의 댓글들을 올리고 있을까. ‘무한도전’이 만드는 도전의 역사는 늘 그랬다. 멤버들의 새로운 면모, 진정성 있는 자세가 감동과 재미를 안겼다. 그리고 웃기는 것 빼고는 모두 잘 한다는, 그리고 다소 억지를 쓰는 캐릭터로 재미를 안겼던 정형돈이 이번 ‘라디오스타’ 특집에서 ‘멋있는 남자’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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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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