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G 연속안타’ 이명기, 끝이 아닌 시작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14 17: 12

“햄스트링이 올라오는 줄 알았어요”(웃음)
14일 문학 NC전을 앞두고 이명기(27, SK)는 농담 섞인 말을 했다. 전날(13일) 문학 NC전 9회 상황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전 타석까지 안타가 없었던 이명기는 9회 2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쳤다. 전력으로 뛰었고 결국 1루에서 살았다. 자신의 연속경기 안타행진을 28경기로 늘리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이만수 SK 감독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팀이 지고(4-11) 있는데 덕아웃에서 동료들이 소리 지르며 더 좋아하더라. 역전한 줄 알았다”고 싫지 않은 웃음을 지었다.
이명기는 7월 27일 문학 넥센전 이후 13일 문학 NC전까지 자그마치 28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사실 타격 사이클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한동안 상승세가 이어지다 정점에 이르러 꺾이고 다시 내려가기 마련이다. “5경기 연속 안타를 치는 것도 쉽지 않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28경기나 안타를 쳤으니 대단한 일이었다. 현역 시절 대타자였던 이만수 감독도 “나는 그렇게 쳐 보질 못했다. 젊은 나이에 경험도 많이 없는 선수 아닌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실제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이명기보다 더 좋은 기록을 가진 선수는 단 두 명(박종호·박정태)밖에 없다. 그런데 이명기는 이 기록을 의식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최근까지만 해도 “너 몇 경기나 쳤냐”라는 선배들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던 이명기다. 이명기는 “26경기를 하고 그 때야 내 기록을 알았다. 기사가 자꾸 나오더라. 어제부터 신경이 쓰였다”라고 했다. 올 시즌 최장 기록이었던 민병헌(두산)의 기록을 뛰어넘고 ‘역대 목록’에 진입하기 시작한 시기다.
그 때부터 의식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었다. 이명기는 “실감이 잘 안 난다”라면서도 부담이 되느냐는 질문에는 부인하지 않았다. 13일 경기도 그랬다. 마지막 타석 전까지 안타가 없었던 이명기는 “못 치면 기록이 끝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스스로도 의식하고 있었던 의미다. 하지만 부담보다는 즐기고 있다. 이명기는 “이렇게 관심을 받는 것도 즐거운 기억이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영광이고 감사하다”라며 밝게 웃었다.
그런 이명기의 위대한 도전은 28경기에서 막을 내렸다. “어제도 슬라이더를 노리고 들어갔는데 정작 못 쳤다. 감이 안 좋다는 이야기다. 노성호 공도 항상 칠 만한데 꼭 안 맞더라. 다른 타자들이 쳐 빨리 강판됐으면 좋겠다”라고 웃은 이명기는 이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4회 잘 맞은 타구를 NC 좌익수 권희동이 펜스에 부딪히며 잡아낸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이것도 대단한 기록이다. 박종호 박정태 박재홍 등 시대를 풍미했던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 자체가 이명기로서는 영광스러운 일. 물론 당장은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평소 나쁜 기억은 잘 잊는 편”이라고 말하는 이명기는 툭툭 털어버리고 돌아올 수 있는 심성의 소유자다. 오히려 다시 홀가분하게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도 있다. “한 번도 100안타를 쳐보지 못했는데 남은 시즌에서 이에 도전하겠다”라고 밝힌 이명기에게 9월 14일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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