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구속이 140km를 겨우 넘는 사이드암 투수. 커리어 내내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투수가 선발투수 전환으로 대반전에 성공했다.
LG 우규민이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에 성공, LG의 에이스투수로 올라섰다. 우규민은 14일 잠실 삼성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호투, 시즌 10승을 찍고 전 구단 상대 승리도 거뒀다. LG 토종 투수가 2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둔 경우는 2010년 봉중근 이후 4년 만이다. 봉중근은 2008시즌부터 2010시즌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린 바 있다.
마무리투수로 이름을 알렸던 우규민이지만, 서서히 ‘마무리투수 우규민’은 지나간 기록이 되고 있다. 2006시즌 후반기 클로저가 되면서 17세이브 평균자책점 1.55로 활약한 우규민은 이듬해 30세이브로 LG 마운드의 핵심선수가 됐다. 하지만 블론 세이브 또한 13개를 기록했다.

이후 우규민은 최악의 2년을 보냈다. 2008시즌 부진으로 마무리투수 자리를 지키지 못했고, 2009시즌에도 한창 좋았을 때의 투구를 되찾는데 실패했다. 결국 우규민은 경찰청으로 군입대, 2년 동안 마무리투수 꼬리표를 떼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경찰청 유승안 감독에게 선발투수로 등판할 것을 요청한 우규민은 자신에게 붙은 물음표를 하나씩 느낌표로 바꿨다.
도루에 약점이 있는 사이드암 투수, 그것도 빠른 공을 구사하는 사이드암 투수가 아니기에 우규민의 선발 전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이는 많지 않았다. 아무리 경찰청에서 다승왕 타이틀을 차지했다고 해도 2군 무대이기에 신뢰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우규민은 자신에게 온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2년 6월 16일 군산 KIA전에 깜짝 선발 등판, 7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자신의 1군 첫 선발 등판무대를 승리로 장식했다. 주키치의 장염으로 전날 밤에 선발 등판 통보를 받았는데, 이게 우규민의 미래를 바꿔놓았다.
결국 선발진 안정이 절실했던 LG 코칭스태프는 2013시즌부터 우규민을 선발투수로 기용하기로 결정했다. 차명석 투수코치는 우규민의 뛰어난 제구력을 장점으로 꼽았고, 우규민은 2012년 12월부터 사이판에서 선발투수로 변신하기 위해 한계 투구수를 늘려갔다. 투구시 타이밍도 다양하게 만들었다.
2013시즌 풀타임 선발 첫 해. 우규민은 10승 8패 평균자책점 3.91로 대성공을 거뒀다. 최고 구속이 130km대에 머문 적도 있었으나 상대 타자들은 우규민 앞에서 무너졌다. 다양한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를 매번 타이밍을 바꿔가며 뿌렸다. 우규민을 상대하는 타자들은 “도대체 언제 공을 던지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변화구도 다양해 타이밍을 잡기가 힘들다. 이런 투수는 처음 본다”며 고민에 빠졌다.
우규민의 성공은 선발전환 2년차에도 이어졌다. 2014시즌에는 팔 각도까지 조절하며 타자들의 머릿속을 한 층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순간적으로 쓰리쿼터로 공을 던지는데, 패스트볼 뿐이 아닌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도 구사한다. 그러면서 우규민은 2013시즌 10승을 두고 “내 야구인생에 있어서는 1승이라 생각한다”던 각오를 실천했다.
한편 통산 LG 소속으로 2년 이상 연속으로 두 자릿수 승을 기록한 투수는 5명이었다. 손혁이 1998시즌과 1999시즌, 정삼흠이 1991시즌부터 1994시즌, 김용수가 1990시즌과 1991시즌, 그리고 1996시즌부터 1998시즌, 이상훈이 1994시즌과 1995시즌, 그리고 앞서 말한 봉중근이 있다. 우규민이 LG 프랜차이즈 여섯 번째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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