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내려온 만큼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김남일(37, 전북 현대)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남일은 1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 경남 FC와 홈경기에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로 출전해 90분을 모두 소화했다. 김남일은 후반 38분 헤딩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리며 전북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15승 6무 5패(승점 51)를 기록한 전북은 포항 스틸러스(승점 50)를 제치고 선두로 복귀했다.
김남일의 득점은 매우 드문 기록이다. 김남일이 K리그에서 골을 넣은 것은 2004년이 마지막이고, 전체 선수 생활을 통틀어서도 2008년 빗셀 고베 시절 득점이 마지막이다. 김남일은 자신의 득점 기록이 매우 오랜만에 나온 것임을 확인하고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이날 경기는 전북에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상대가 리그 최하위 경남이었다는 점, 그리고 전날 경기서 포항이 선두로 올라선 만큼 승리하지 못할 경우 선두 복귀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고 강조한 김남일은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경기서 팀에 큰 보탬이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시즌 전북에 합류한 김남일은 최은성 골키처 코치의 현역 은퇴로 전북 선수단 중 최고참이 됐다. 하지만 김남일은 자신이 전북에 힘이 되지 못했다며 미안한 감정을 드러냈다. "전북에 온 이후 형다운 모습을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다"고 밝힌 김남일은 "그런 마음 때문에 경기를 하면서 항상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럼에도 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그런 것들이 모여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남일은 자신의 명확한 목표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전북의 모든 선수들은 우승이라는 목표 의식을 지니고 있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라고 생각하고 뛰어야 한다. 앞으로 서울과 포항, 제주 등 강팀을 상대하지만, 모두가 우승을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고 좋은 선수들도 충분하다. 철저하게 준비해서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는 KBS의 생중계로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김남일의 아내 김보민 KBS 아나운서도 전주월드컵경기장을 방문해 경기를 관전했다. 김보민 아나운서는 김남일의 득점이 터진 이후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김남일과 플래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 눈물을 터트렸다.
아내 김보민 아나운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미소를 지은 김남일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아내가 내려온 만큼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상황이 잘 맞았다"면서 "내가 살아오면서 이렇게 기쁜 추억을 또 다시 만들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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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