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우완투수 이정민이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누구도 그를 경기내용만 놓고 비난할 수는 없을 듯하다.
이정민은 14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전에 3-2로 앞선 7회 등판, 1⅓이닝 3피안타 1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무려 30개였다. 첫 타자 정수빈을 땅볼로 처리한 이정민은 허경민에 볼넷-민병헌에 우전안타를 내줘 1사 1,3루 실점위기에 몰렸고 김현수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 동점을 만들어줬다. 올 시즌 이정민의 첫 블론세이브.
그리고 이정민은 8회에도 등판, 안타 2개를 맞고 1사 1,2루에서 마운드를 김승회에게 넘겼다. 그나마 김승회가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승계주자 득점을 허용하지 않아서 이정민의 자책점은 1점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이정민은 8월 고전하던 롯데 불펜에 갑자기 등장한 구세주였다. 7월 31일 올 시즌 첫 1군 등판을 했고 이후 좋은 구위로 필승조 자리까지 차지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경기 후반 이기고 있을 때도, 비기고 있을 때도, 근소하게 뒤지고 있을 때도 이정민은 마운드에 올랐다.
이정민은 올해 서른 여섯 살의 베테랑 투수다. 1군 첫 등판이 7월 말이었지만 퓨처스리그에서 계속해서 공을 던져왔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롯데는 간만에 불펜에 등장한 좋은 투수를 계속해서 썼다. 그리고 이정민은 점점 지쳐갔다.
8월 이정민은 12경기에 출전, 1패 4홀드 17이닝 평균자책점 2.65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 기간동안 탈삼진은 18개였고 볼넷은 단 6개, 그리고 피안타율은 2할8푼4리였다. 그리고 이정민의 9월 성적은 이날 경기를 포함, 1승 1홀드 8⅓이닝 평균자책점 2.17이다. 표면상으로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세부성적은 다르다. 9월들어 탈삼진은 단 3개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피안타율은 4할1푼5리다. 평균자책점이 낮은 건 9월 비자책점이 3점이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민은 계속해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다른 투수가 없는 것도 아니다. 강속구투수 최대성은 최근 부쩍 구위가 좋아지면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정민이 1군에 등록된 뒤 롯데는 31경기를 했는데, 그 가운데 이정민은 무려 20경기에 출전했다.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와 비슷한 수준의 출전수인데, 문제는 나올 때마다 평균 1⅓이닝씩 던지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블론세이브를 한 이정민이지만 마구잡이식 출전에는 장사 없다. 게다가 작년 수술을 받은 뒤 처음으로 1군에서 뛰고 있는 베테랑 투수다. 그를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문규현이 9회말 끝내기 홈런을 날려 이정민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 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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