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파워 인터뷰] 유먼 "한국은 내 자존심 되찾아준 고향"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9.15 05: 59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투수 쉐인 유먼(35)은 벌써 한국무대 3년 차다. 그가 이제까지 한국에서 뛴 3년 동안 모두 10승을 넘겼고, 통산 37승 19패로 승률 6할6푼1리를 기록 중이다. 37승은 역대 롯데 외국인투수 가운데 최다승이다.
2012년 13승 7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하며 류현진과 비견될 정도로 리그를 주름잡았던 유먼은 이듬해 13승 4패 평균자책점 3.54로 여전히 믿음직하지만 평균자책점이 1점 가까이 올랐다. 대신 이닝 소화는 193⅓이닝으로 2012년 179⅔이닝을 넘어섰다. 지난 2년 동안 롯데 에이스는 유먼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타고투저 속에 11승 8패 평균자책점 5.57로 고전하고 있다.
13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에서 유먼은 5⅔이닝 12피안타로 올해 가장 많은 안타를 내주며 4실점, 8패째를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4일 만난 유먼은 성실하고 진지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기량만큼이나 매너와 프로의식을 갖춘 선수다운 모습이었다.

- 어제 등판 결과가 좋지 못했다.
남은 시즌 동안 결과가 다르게 나왔으면 한다. 중요한 순간마다 1구를 좀 더 잘 던질 수 있었는데 그게 잘 안돼서 아쉬움이 남는다. 어제 경기도 그랬고 지난 경기도 그랬고 그 1구가 조금 더 잘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앞서 LG전(8월 31일 잠실, 7이닝 4피안타 2실점 승리)은 굉장히 좋았다. 기복이 생긴 이유가 있는지.
아무래도 전반적으로 올해 그 점이 힘들다. 내 생각에 무릎이 문제인 것 같지만, 평범한 경기에서도 스스로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더 가져서 그런 것 같다. 설명하기 힘들지만 그게 안 좋게 나타난 것 같다. 잠실과 대전 2경기 정도만 잘 던진 것 같다. 사직에서는 계속 좋지 않았다.
- 그래도 팀 내 최다승(11승) 중이다. 그렇게까지 자책을 하는 이유가 있는가.
미국에 있을 때부터 난 스스로에게 엄격했다. 한국에 와서 많이 부드러워지기는 했지만 그런 모습 덕분에 한국에서 더 오래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구단 모든 사람들을 위해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기준을 높게 잡고 있다.
- 팀이 힘들 때 외국인선수끼리 어떻게 서로 도움을 주는가.
옥스프링과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는 성격 자체가 긍정적이고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나와는 다르게 잘 다룬다. 대부분 어떤 타자를 어떻게 상대하고 집중할지 노하우를 많이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눈다. 침착하게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지 말해준다. 반대로 히메네스는 경기 중 에너지가 넘치고 '우리 함께 해보자'고 활기차게 분위기를 띄운다. 양쪽으로부터 모두 도움을 받고 있다.
- 내년에도 한국에서 뛰고 싶은가.
(웃으며) 무척 답하기 쉬운 질문이다. (내년 봄) 반드시 돌아오고 싶다. 분명히 말하자면 올해보다 더 나은 모습을 확실히 보여줄 기회가 있을 것 같다. 내 스스로 (부활할) 자신도 있다. 더군다나 부산은 제 2의 고향인데 숙소에 있는 짐을 싸고 싶지 않다.(미소)
- 기량을 되찾기 위해 어떤 부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일관적인 피칭을 계속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어떤 투수나 다 필요한 것이지만 매번 좋은 피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게 가장 큰 목표다. 그렇지 못하면 한국 타자들을 이겨낼 수 없다. 폼과 딜리버리 등 모든 부분에서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 있게 던지겠다. 그를 위한 준비로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은 누구나 쉽게 하는 것들이다. 그건 쉽다. 집중해서 내가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어려운데 이걸 갖춰야 한다.
- 류현진이 뛰고 있는 다저스에서 먼저 뛸 뻔했다.(유먼은 뉴 이베리아 고등학교 졸업 후 1997년 45라운드에서 다저스에 지명을 받았지만 입단을 포기하고 대학에 진학했다.)
고등학교를 당시 난 17세였고 너무 어릴 때였다. 태어나서 쭉 루이지애나에서만 살아서 외부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무섭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때 부모님이 원했던 게 대학에 가는 것이었다. 또한 대학교 코치가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었다. 그 분 조언 때문에 다저스에 입단 아무런 고민 없이 대학에 진학했다.
- 졸업한 고교에서 배출한 유일한 메이저리거였다.
나도 어릴 때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게 꿈이었다. 그때는 내 잠재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를 시기다. 나이가 들어가며 '나도 야구선수로 가능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 야구를 시작한 것도 큰 키에 왼손투수였기 때문이다. 사실 원래는 농구가 가장 하고 싶었다.
- 한국에 와서도 가끔 농구를 하는가.
조금씩 정훈과 슈팅연습을 한다. 라커룸에 농구공도 항상 있다. 이번 리그 휴식기 동안 정훈과 슈팅 내기를 할 생각이다.(유먼과 정훈은 농구로 친분을 다진 사이다. 올 초 가고시마 스프링캠프에서는 정훈이 유먼에게 '난 듀란트, 넌 코비'라며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 야구 명문인 루이지애나 주립대 출신이다. 대학 생활은 어땠는가.(루이지애나 주립대는 이제까지 120명의 메이저리거를 배출한 학교다. 통산 381홈런의 알버트 벨, 다저스 불펜투수 브라이언 윌슨, 애리조나 주전 2루수 애런 힐이 이 학교 출신이다.)
당시 대학에 간 것은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루이지애나 주립대가 야구로 굉장히 유명하고, 주변 야구를 하는 어린 선수들에게도 꿈의 장소다. 내가 그곳에서 함께 했다는 게 굉장히 특별했다. 대학에서도 난 슈퍼스타가 아니라 낮은 레벨의 선수였다. 그래도 그때 만난 코치님이 대학 강의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을 가르쳐주셨다. 내 인생을 결정지은 시기다.
-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했는가.
교육학을 전공했다. 그들은 내가 선생님이 되길 바랐겠지만, 난 야구하는 게 더 좋았다.
- 낮은 지명순위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데뷔, 그리고 승리까지 했다.(유먼은 대학에 다니며 43라운드에 피츠버그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지명순위는 많이 낮았지만 2006년과 2007년 2년 동안 메이저리그 21경기에서 11번 선발로 나서 3승 7패 평균자책점 5.13을 남겼다.)
아무래도 대학교 때 인생에 대한 경험을 많이 한 것이 도움이 됐다. 미국에서도 드래프트 순위에 따라 차별이 있지만, 그럼에도 난 열심히 노력해서 나은 레벨로 가고자 했다. 대학교 때 인생과 야구에 대해서 배웠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도 함께 배웠다.
- 주 무기 체인지업도 그럼 대학시절 배운 것인가.
대학교 때 조금 배우기는 했지만 그때는 속구와 변화구만 던졌다.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한 건 마이너리그 3년 차다. 그걸 잘 쓰기 시작하면서 더블A 선수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
- 메이저리그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욕심은 없는가.
메이저리그 복귀, 이상적인 이야기다. 그렇지만 난 한국에 있는 게 더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내 나이가 35살인데 (미국에서는)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다. 한국에 적응도 잘 했고 여기 와서 많이 대접도 받아 자존심과 자신감도 자랐다. 3~4년 더 한국에서 야구를 한다면 행복할 것 같다.
- 마지막으로 올해 목표가 있다면.
앞으로 2~3경기 정도 나갈 것 같은데 최선을 다해서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다. 믿지 않을지 몰라도 난 아직 우리가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적으로 선수들 마음에 달려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뛰는 건 환상적인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던지고 싶다. 올해 팀이 힘든 한 해가 되고 있는데 만약 4강에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아마 플레이오프에서는 다른 모습 보여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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