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보고 싶습니다!"
가수 지나가 브릿지 컨스트럭션 유격 훈련을 앞두고 외친 말이다. 지난 14일 방송된 MBC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에서 지나는 높은 곳에 올라가 덜덜 떨며 보고 싶은 사람(?)으로 '토끼'를 꼽아 안방을 초토화시켰다. 힘든 훈련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동물의 등장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 해지든 말든 지나는 진지하게 덧붙였다.
"제 강아지 이름이 토끼입니다. 최토끼!"

강아지 이름에 성도 붙여주고, 이를 진지하게 외치는 모습에 이날 엄격한 조교를 자청해 현장을 찾은 김수로 마저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나 지나는 사람들이 웃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한 듯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다.
지나의 이같은 엉뚱한 면은 '진짜 사나이'에 감초처럼 등장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본인이 궁금한 것보다 주위 눈치가 우선인 다른 사람들과 달리, 궁금한 걸 물어보고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는 데에 거침이 없다.
이같은 캐릭터는 늘 있어왔지만 지나는 그래도 분위기 파악에 좀 더 능하다. 그는 훈련 첫날 유일하게 '꿀호떡'을 먹지 않았고, 퇴소식이 뭔지 몰랐지만 자신이 말할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뒤늦게 퇴소식의 뜻을 알고 기뻐했다. 수시로 '~요'로 끝내는 말투를 쓰지만 곧바로 문법이 다 틀리는 '습니다'를 덧붙여, '다나까' 말투로 고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의 '8차원 해맑음'은 자칫 비호감이 될 수도 있었지만, 열심히 적응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뒷받침돼 호감도를 높였다. 그는 보고하는 과정에서 군대 용어를 실수하고는 뒤돌아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체력 검사나 구보 등에서는 의외로 잘 버텨내기도 했다.
그래서 앞서 해외 구멍병사인 샘 해밍턴, 헨리에 비해 존재감은 오히려 줄 수밖에 없다. 방송 초반 '독보적인 구멍' 역할을 해낸 맹승지와 '체력 허당' 김소연에 비해 지나는 오히려 잘 적응하는 케이스로 보이고 있는 것. 아주 잘하거나, 아주 못해야 방송 분량이 많아지는 '진짜 사나이'에선 불리한 대목이다.
그러나 한국 문화, 군대 문화, 조직 문화 등 역대 출연자 중 '진짜 사나이'의 환경이 가장 낯설었을 그가 점차 성장해가는 모습도 빠질 수 없는 묘미다. 그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해병대 출신이시다. 아버지는 이런 훈련을 몇 년이나 했을텐데 아버지가 (내 훈련을) 보셨다면 내가 굉장히 한심해 보였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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