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 스승과 제자, 복잡 미묘한 속마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9.16 05: 56

'우리가 어쩌다…'.
지난 13~14일 인천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 마지막 주말 2연전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매치는 대전 KIA-한화의 '탈꼴찌 시리즈'였다. 불과 1.5경기차로 붙어있던 두 팀은 2연전에서 1승1패를 사이좋게 주고받으며 탈꼴찌 싸움을 10월 이후 잔여경기로 미뤘다.
한화와 KIA는 지난해에도 9위와 8위에 그쳤다. 올해도 '2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 팀의 사령탑이 언제나 승자였기에 지금의 풍경은 과거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한화 김응룡(73) 감독과 KIA 선동렬(51), 그들의 야구 인생은 패배를 몰랐다.

김응룡 감독은 해태 시절 4연패와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무려 10차례 우승에 빛나는 명장이고, 선동렬 감독도 삼성에서 사령탑으로 데뷔하자마자 2005~2006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일궈냈다. 그랬던 두 사람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탈꼴찌 싸움을 하고 있다.
김 감독과 선 감독은 해태 시절부터 삼성 때까지 끈끈한 사제지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주말 첫 경기를 앞두고 선 감독은 늘 그랬던 것처럼 스승을 찾아 인사를 건넸다. 요즘 감독실에서 혼자 머무는 시간이 부쩍 많아진 김 감독도 선 감독의 방문을 반겼다.
김 감독은 "다른 감독들보다는 선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며 "나도 코너에 몰려있지만 선 감독도 요즘 많이 복잡한가봐"라고 제자에 대한 걱정을 보였다. 선 감독도 "위로는 (내가 받을 게 아니라) 김응룡 감독님이 받으셔야 한다"고 스승의 심정을 헤아렸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찬란했던 커리어도 과거의 영광으로 남을 뿐이다. 김 감독과 선 감독 모두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9위 자리를 피하기 위한 스승과 제자의 '탈꼴찌 싸움'은 그래서 더 씁쓸하다.
한화와 KIA는 아시안게임 휴식 기간에도 두 차례 연습경기 일정을 잡았다. 23일에는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27일에는 대전구장에서 연습경기를 갖는다. 공교롭게도 시즌 마지막 경기도 내달 17일 광주에서 치른다. 사제의 마음은 복잡하고도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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