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진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였다.
MC 송해는 지난 15일 방송된 '힐링캠프'에서 88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의 입담으로 보는 이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날 방송에서 송해는 직접 '힐링캠프' MC들이 기다리고 있는 충무로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왔다. 평소에도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는 송해는 "근력이 있을때 써야지. 아껴서 뭐 하냐"는 재치있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렇게 시작된 '힐링캠프'는 가장 먼저 송해의 나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전까지 건강하게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모습을 봤던 시청자들은 마릴린 먼로보다 한 살 동생, 체게바라보다 한 살 형이라는 88세의 송해에 놀라야 했다. 송해는 "다들 나를 90살로 알고 있는데 나 어리다. 88살이다"라고 껄껄 웃으며 나이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88세 답지 않은 외모와 행동, 입담은 꾸준한 건강관리 덕분이었다. 매일 목욕탕을 가 몸에 쌓인 노폐물을 빼고 매주 치과 치료를 받으며 50년 동안 금연을 했다는 송해였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건강 관리 비법은 사람이었다. 사람 만나길 좋아하는 그는 사람간의 관계에서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들로 MC들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들었다.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간간이 농담을 던지고 MC들을 타박하며 MC들의 짓궂은 질문에 재치있게 대답하는 송해의 모습은 '세대차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
하지만 9호선을 타다 울컥해 눈물을 흘리고 6.25 전쟁 당시 휴전 전보를 직접 쳤다는 이야기들은 그가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송해는 "9호선을 탔는데 소음이 없고 좌석도 편안하고 안내방송도 자장가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울컥 하더라. 감정이 올라와서 눈물이 났다"며 "이렇게 대한민국이 발전했구나 싶었다. 이를 위해 윗세대들이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열심히 일했을 것을 생각하니 울컥했다. 나는 휘황찬란한 서울을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6.25 전쟁 당시의 이야기는 그가 살아온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징집을 당하지 않기 위해 피난을 갔다가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송해는 "연평도에서 UN군이 보낸 배를 타고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피난을 갔다. 그 바다 위에서 바다 해(海)를 따 송해라는 이름으로 개명을 했다"고 이야기를 들려줬다.
또한 "그렇게 부산에 와서 바로 입대를 하게 됐다. 전쟁 당시 모스부호를 사용했는데 모스부호는 암호화됐다. 나는 그 암호화 된 모스 부호를 해독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어느날 전보가 왔는데 군사기밀이라고 하더라. 손이 벌벌 떨렸다. 그 모스부호를 해독해 전보를 치는데 내용이 휴전 전보였다"면서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지금 세대들은 잘 알지 못하는 6.25를 직접 체험한,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송해는 김제동이 "근현대사 공부"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가 걸어온 오랜 세월을 '힐링캠프'를 통해 전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만 '아, 송해의 나이가 88세이구나'를 느꼈을 뿐, 송해는 '힐링캠프'를 찾은 여타의 게스트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입담으로 MC들을 쥐락펴락해 다음주 있을 '힐링캠프' 송해 편 2탄을 더욱 기대케 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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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