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메이저리그는 이견 없는 클레이튼 커쇼(26, LA 다저스)의 전성시대다.
커쇼는 1968년의 밥 깁슨(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이후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과 MVP를 석권할 기세다. 4년 연속 200이닝-200탈삼진, 4년 연속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타이틀도 따 놓은 당상이다. 8이닝 2실점을 해도 평균자책점이 올라갈 정도다. 19승 3패, 평균자책점 1.70을 기록 중인 커쇼는 2011년 이후 첫 20승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인 ESPN은 15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역사를 빛낸 기록을 남긴 투수들과 커쇼를 비교했다. 우선 커쇼는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압도적인 기록을 냈다. 커쇼는 샌프란시스코전 통산 평균자책점 1.44로 1912년 이후 한 팀을 상대로 20회 이상 선발 등판을 가진 투수들 중 가장 좋은 특정 구단 상대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샌디 쿠팩스(브루클린-LA 다저스)가 뉴욕 메츠를 상대로 1.44, 멜 스토틀마이어(뉴욕 양키스)가 캘리포니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를 맞아 1.49의 평균자책점으로 강했지만, 강팀이자 라이벌인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강했던 커쇼의 임팩트가 더욱 강렬하다. 메츠는 쿠팩스가 속해 있던 다저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에인절스 역시 양키스와 다툴 팀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메츠와 에인절스 모두 창단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약체였다.
커쇼는 올해 25경기에서 19승을 수확했는데, 이는 양대 리그가 각각 2개의 디비전으로 분할된 1969년 이후 5번째로 나온 기록이다. 가장 최근에 25경기에서 19승을 올린 것은 1999년의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 레드삭스)였다. 당시 마르티네스는 31경기(29선발)에 등판해 23승 4패, 평균자책점 2.07로 빛나는 활약을 펼쳐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고 MVP 투표에서도 2위에 올랐다. 올해의 커쇼와 비교될 수 있을 만한 성적이다.
12일에도 ESPN은 커쇼를 역사상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던 투수들에 견줬다. 비교대상은 2000년의 마르티네스였다. 마르티네스는 한 시즌 전에 비해 5승이 줄어 18승 6패로 시즌을 마쳤지만, 평균자책점은 1.74로 낮아졌다. 금지약물을 복용한 타자들이 득실댔던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놀랍다. 또한 217이닝 동안 284탈삼진으로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닥터K'도 2년 연속 그의 영예였다.
커쇼는 지난해 평균자책점 1.83으로 시즌을 마친 데 이어 2년 연속 1점대 평균자책점이 유력하다. 이러한 커쇼의 2년은 그 어떤 투수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1990년대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에이스 그렉 매덕스의 시대라고 칭했듯 2010년대 초~중반은 커쇼의 시대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매덕스의 시대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마르티네스와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각각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를 지배했다. 그리고 그 뒤로는 군웅할거였다. 마르티네스와 존슨의 시대 이후에는 2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자도 팀 린스컴(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1명이 전부였다.
개성 넘치는 투수들이 저마다 소속팀에서 에이스로 군림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모두 버티고 있는 리그를 평정한 것이 바로 커쇼다. 어떤 에이스도 커쇼와의 맞대결에서는 열세라고 느껴질 만큼 작게 보인다. 기록과 아우라 등 모든 면에서 현재의 커쇼는 완벽에 가깝다. 커쇼의 시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벌써부터 궁금하다. 훗날 커쇼의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어쩌면 최고 전성기는 지금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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