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인 홍성무(21, 동의대)가 대표팀 마운드 운영계획을 바꿀 키맨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첫 공식훈련을 소화한 대표팀의 류중일 감독은 첫 경기인 22일 문학 태국전 선발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대신 “태국전에 던지는 투수가 5일을 쉬고 (결승 상대로 유력한) 일본전에 들어갈 수도 있다”며 김광현(SK) 혹은 양현종(KIA) 등 결승전 선발이 예상되는 에이스급 투수의 태국전 선발 등판 가능성을 열어뒀다.
확정된 것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있을 LG와의 연습경기 선발투수가 전부다. 이날 대표팀은 홍성무를 선발로 내보낼 예정이다. 대표팀 소집 이전부터 홍성무 활용법에 대해 고심했던 류 감독은 “2~3이닝 정도는 던질 수 있다고 본다. 만약 구위가 좋다고 생각하면 기존 선수들 대신 필승조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낙승이 예상되는 홍콩전 선발로 넣는다는 것이 류 감독의 구상이다.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와 예리함을 갖춘 고속 슬라이더를 무기로 삼고 있는 홍성무가 훈련과 LG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류 감독의 투수 운영 계획은 크게 달라진다. 류 감독을 만족시켜 필승조로 들어가게 되면 대표팀은 믿고 맡길 수 있는 불펜투수 하나를 더 얻게 된다.
류 감독은 김광현과 양현종 중 태국전에 나서지 않는 투수를 24일 문학 대만전에 투입할 생각도 하고 있다. 대만을 꺾어야 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해 결승까지 가는 길을 편하게 만들 수 있다. 25일 목동 홍콩전에는 누가 나서더라도 쉽게 승리할 수 있고, 준결승에서 대만보다 쉬운 중국을 만날 경우 이태양이나 이재학으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만약 홍성무가 홍콩전 선발로 등판한다면 그 1경기로 홍성무의 아시안게임은 끝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필승조에 속하게 되면 준결승과 결승에서도 던질 여지가 생긴다. 홍콩전에서는 방망이가 이른 시점에 터질 경우 콜드게임도 만들 수 있어, 가능하기만 하다면 여러 투수가 1~2이닝씩 책임지고 경기를 빠르게 끝내는 방법도 있다. 대표팀은 2010 광저우 대회에서도 홍콩과 파키스탄을 모두 콜드게임으로 제압한 바 있다.
그러면 선발이 긴 이닝을 끌고 가지 않아도 한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다. 홍성무도 선발로 마운드에 오를 필요가 없어진다. 설사 선발로 경기를 시작하더라도 3이닝 미만으로 던지고 토너먼트에 대비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홍콩전이 끝나면 준결승 이전에 하루 휴식일이 있어 홍콩전에 던진 투수들도 체력을 충전하고 준결승이나 결승에서 다시 던질 수 있다.
여러 활용법이 류 감독을 고민에 빠뜨리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홍성무의 몸 상태다. 홍성무가 호투하지 못하면 이런 가정도 모두 무의미하다. LG전에서 좋은 피칭을 보여 류 감독의 선택지를 하나 더 늘려주는 것이 홍성무에게 주어진 1차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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