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제 2의 '천국의 계단'은 되지 못했다 [종영①]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4.09.17 07: 12

SBS 월화드라마 '유혹'은 제2의 '천국의 계단'이 되기엔 역부족이었다.
'유혹'은 지난 16일 오후 마지막회를 방송하며 막을 내렸다. 돌고 돌아 먼 길을 온 차석훈(권상우 분), 유세영(최지우 분)의 사랑은 병도, 그룹의 위기도 이겨내게 만들었다. 그러나 사랑의 위대함이 드러나기까지 20회동안의 과정은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유혹'이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은 이유에는 권상우-최지우의 재회가 팔할이었다. 지난 2003년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통해 시청률 고공행진으로 큰 히트를 친 바 있는 이 남녀는 11년 만에 '유혹'으로 재회했다. 게다가 '천국의 계단'에서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 권상우-최지우이기에, 다소 과감한 소재인 불륜을 그리는 '유혹'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이 남녀의 '유혹'은 이처럼 시청자들의 기대와 호기심을 낳으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이야기가 모두 마무리된 지금, '유혹'은 결국 '천국의 계단'과 같이 인기을 얻지는 못했다. 초반 강렬했던 '유혹'의 이야기 흐름이 흐지부지되며 방향성을 잃은 탓이 컸다. 치명적인 사랑을 보여주려던 이 드라마는 점차 당초 보여주려고 의도했던 것들이 흐릿해져갔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는 네티즌의 반응이 이어졌고, 시청률 또한 두 자릿수를 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이었다.
또한 이에 따라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아쉬움을 남겼다.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그리고 있기에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필수인 '유혹'이었다. 그러나 석훈과 세영이 사랑에 빠지고, 그런 두 사람에게 나홍주(박하선 분)은 복수를 꿈꾸며 강민우(이정진 분)과 결혼하고, 그런 민우가 전 부인 한지선(윤아정 분)과 다시 바람을 피운다는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오지 못했다. 인물들의 심리가 자세하게 제시되지 않아 이러한 전개가 설득력을 잃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배우들은 남겼다. 11년 만에 만난 권상우-최지우는 보다 성숙해진 케미를 보여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정진, 박하선 또한 각 인물에 빠진 모습이었다. 드라마가 설득력을 잃을수록 배우들의 연기는 쉽지 않았지만, 이들은 끝까지 드라마를 이끌어가며 제 역할을 소화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유혹'을 통해 연기 변신, 재발견에 성공한 이들이다. 최지우는 이번 드라마에서 당당한 CEO부터 사랑에 빠진 여인, 병마와 싸우는 나약한 인간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또한 그동안 주로 바른 청년 이미지로 사랑받아왔던 이정진은 나쁜 남자가 돼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넓히는 데에 성공했다.
화려하게 시작했던 '유혹'은 다소 조용히 막을 내리게 됐다. 비록 제2의 '천국의 계단'이 되지는 못했지만 배우들의 호연으로 무사히 20회를 마치게 된 '유혹'이었다.
한편, 오는 22일부터는 '유혹'의 후속으로 '비밀의 문'이 방송된다. '비밀의 문'은 강력한 왕권을 지향하는 영조와 신분의 귀천이 없는 공평한 세상을 주창하는 세자 이선의 갈등이야기에 궁중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옷을 입혀 재해석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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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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