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진이 변했다. 바르게 살 것만 같았던 그도 나쁜 남자일 수 있었다.
이정진은 지난 16일 오후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유혹'에서 '악역인 듯 악역 아닌 악역 같은' 강민우로서 마지막까지 제 몫을 했다. 나쁜 남자 강민우의 마지막은 여전히 야심찼고, 이정진은 그런 민우의 모습을 더욱 호쾌하게 그렸다.
이정진은 주로 바른 인물을 연기해왔다. 그의 바로 앞 전작인 MBC '백년의 유산'만 하더라도 그는 언제나 착한 이의 편이었다. 그 밖에도 KBS 2TV '도망자 플랜비', MBC '9회말 2아웃' 등에서 그는 선한 남자였다. '정석미남'인 그의 훤칠한 외모도 착한 남자 이정진의 분위기에 영향을 끼쳤다.

그런 이정진이 '유혹'에서는 나쁜 남자가 됐다. 그냥 나쁜 남자가 아니다. 때론 너무나도 비열한 이 남자는 새로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금세 전 부인과 바람이 나는 그런 인물이다. 이정진이 연기하는 민우는 그다지 선악 구도가 분명치 않은 '유혹'에서 가장 악역에 가깝다.
특히 민우 역을 연기하기에 쉽지 않은 것은, 민우의 이러한 행동들이 입체적이기 때문. 민우는 그저 단순한 호색한처럼 보일 수도 있는 남자이지만, 사실 그 속내는 야망에 가득차 있다. 이런 민우가 되기 위해선 가벼워보이지만 절대 그 속까지는 가볍지 않은 복잡한 표현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이정진은 민우가 되는 것에 성공했다. 앞서 그는 드라마 방송 도중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민우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이정진의 말처럼 민우가 된 그는 석훈(권상우 분), 세영(최지우 분), 홍주(박하선 분)을 대할 때 모두 다른 이가 됐다.
또한 이로 인해 이정진은 연기의 폭을 넓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정진은 곧을 것만 같은 이미지에 변형을 가했다.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착한 남자보다 매력적인 나쁜 남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이정진의 다음 행보는 어디를 향할까. 나쁜 남자가 된 그가 또 다른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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