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볼링 승부사들이 한마음으로 바라는 것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4.09.17 07: 29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볼링은 또 한 번의 효자효녀 노릇을 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가진 볼링은 비올림픽 종목에 대중적인 인기도 미미하다. 하지만 한국 볼링은 7번의 아시안게임에서만 남녀 통틀어 가장 많은 25개(은 19, 동 17)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두 번째인 일본이 14개의 금메달이란 점에서 한국 볼링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여자팀들은 25개 중 18개에 달하는 금메달을 수집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중 개인전과 개인종합, 마스터스 등 개인종목에서 11개의 금을 따냈다. 2인조전, 3인조전, 5인조전 등 협력없이 혼자 하는 종목들이다. 여자대표팀의 승부사 기질을 옅볼 수 있는 기록들이다.

이번 여자팀인 손연희(30, 용인시청)를 비롯해 정다운(28, 창원시청), 이나영(28, 대전광역시청), 전은희(25, 서울시설공단), 김진선(21, 구미시청), 이영승(18, 한국체대) 6명도 각종 대회 개인 종목에서 정상에 오른 경력을 지니고 있다.
▲ 5인조전만 생각
하지만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여자대표팀은 모두 단체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함께 이루는 성취감을 맛보고 싶은 것이다.
간판 손연희를 제치고 평가전 1위에 오른 정다운은 아시안게임 목표에 대해 "오직 5인조전 금만 생각하고 있다. 개인전 금메달 등 다른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다운은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다 같이 한마음으로 고생한 만큼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평가전 2위 이나영도 마찬가지. 이나영은 "전 종목을 금으로 도배하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그보다는 팀에 크게 피해가지 않고 도움을 주고 싶다. 혼자 칠려고 덤비기보다는 팀 경기에 더 집중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나영은 평가전을 앞두고 다친 오른 무릎에 대한 걱정도 드러냈다.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상태"라는 이나영은 "경기 중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거나 하면 재발할까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면 팀에 피해를 주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숨길 수 없는 승부사 기질
단체전에 집중한다고 해서 개인전에 대한 욕심을 버린 것은 아니다. 여자팀이 전통적으로 보여줬던 승부사적 기질은 여전했다.
정다운은 "연희 언니가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3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나는 개인전부터 성적이 좋지 못했다. 첫 세계선수권에서 볼 선택도 안이했고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실감했다"면서 "트라우마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국가대표가 돼 세계선수권에 도전하고 싶다"고 강한 설욕의 열망을 드러냈다.
이나영 역시 "솔직히 개인전에 욕심이 난다.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는 모험을 한 번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내 인생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후회하지 않게 치고 싶다"고 또박또박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김희순 여자 대표팀 코치는 "손연희가 중심을 잡고 정다운은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준다. 현재 컨디션이 가장 좋은 이나영은 가장 안정적인 모습이다. 조용한 막내 이영승을 잘 이끌며 가고 있다"면서 "새롭게 바뀐 오일 패턴에서는 손연희보다 정다운이 개인전에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여자팀 누구도 금메달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긍정적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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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이나영(위), 볼링 여자대표팀(아래) / 볼링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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