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이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한 야구대표팀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전 선수단이 ‘금메달’을 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그 금메달의 절실함은 사령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류중일(51) 대표팀 감독에게도 명예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금메달이다.
류중일 감독은 최근 들어 프로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업적을 쌓은 사령탑이다. 2011년 친정팀 삼성의 지휘봉을 잡은 뒤 3년 연속 통합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선배 감독들을 통틀어도 몇 없는 대기록을 부임 3년 만에 손에 넣었다. 삼성의 전력이 강한 것도 있었지만 이른바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조율한 류 감독의 능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였다.
그런데 그런 류 감독의 감독 인생에서도 브레이크를 걸린 딱 한 번의 시기가 있었다. 바로 지난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었다. 전년도 우승팀 감독 자격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류 감독은 이 대회에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선수들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상대팀 전력 분석에 소홀했고 승부처를 못 넘겼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지난 두 번의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기대치가 워낙 컸던 것도 대표팀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거센 비판 여론에 류 감독은 “모든 것이 내 탓”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선수들을 방패삼기보다는 자신이 모든 책임을 졌다. 그렇게 류 감독의 국제무대 첫 감독직은 실패로 끝났다. 항상 최고를 달렸던 류 감독에게는 자존심이 상할 만한 기억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아시안게임은 명예회복의 좋은 기회다. 이번 대회에서 만족할 만한 경기력으로 금메달을 따낸다면 류 감독의 경력에 남아있는 생채기도 어느 정도 치유될 수 있다.
금메달은 기본이다. 그 이외의 시나리오는 생각할 수 없다. 국제무대에서 가장 큰 라이벌인 일본이 사회인 선수를 주축으로 대회에 임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압도적 경기력’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다. 이를 의식했던 것일까. 류 감독은 “5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겠다”라는 원대한 포부를 내비쳤다. WBC 실패로 자존심이 금이 간 한국 야구의 위상을 다시 세우는 것도 이 대회에 달려있다.
어깨가 다시 무거워질 법도 하지만 류 감독은 자신감이 있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첫 공식 훈련이 끝난 이후 류 감독은 “역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니 선수들이 달라진다. 자신감이 생긴다”라며 긍정적인 시각으로 선수들을 바라봤다.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에 처음으로 나서는 선수들도 있지만 오히려 사령탑인 류 감독은 지난 실패를 통해 한결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두 번 실패는 없다. 류 감독도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이미 가장 큰 금메달 경쟁자가 될 일본과 대만의 전력을 면밀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대회 전부터 대만과 일본의 기본적인 전력에 대해 줄줄이 꿰고 있던 류 감독이다. 류 감독은 “예전에 힘으로 던졌던 대만 투수들이 요즘은 일본식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일본에도 까다로운 왼손 투수 1~2명이 있다” 등 상대 공략법을 찾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시즌 중에 열리는 대회라 전반적인 선수단이 체력적으로 지쳐 있다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다듬는 데 모든 노하우를 다 쏟아내는 중이다. 이처럼 류 감독의 모든 행동에서는 철저한 준비로 ‘전승 금메달’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물씬 풍긴다. 사령탑의 여유와 철저한 대비는 선수단 전체에 주는 긍정적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분명 중요하다. 류 감독의 명예회복은 곧 한국야구의 명예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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