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이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야구 대표팀이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객관적인 전력은 최강인 만큼 결국 우리의 실력을 얼마나 잘 발휘하느냐에 모든 것이 달렸다. 명단 발표 이후 다소 주춤했던 선수들까지 살아난다면 금메달은 비교적 쉽게 잡힐 수 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24명의 명단에 발표된 것은 지난 7월 28일이다. 탈락이 아쉬운 몇몇 선수들도 있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이 뽑혔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경험이나 이름값보다는 병역 문제와 올 시즌 컨디션에 기반해 대표팀을 뽑았다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당시 명단 발표와 대회 개막과는 약 두 달 정도의 시차가 있다. 그리고 그 두 달 동안 썩 좋지 못한 성적을 낸 선수들도 분명 존재한다.
7월 28일 이후 성적만 놓고 보면 타자 쪽에서는 강정호 박병호(이상 넥센) 민병헌 김현수(이상 두산)가 3할5푼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며 변치 않는 활약을 뽐냈다. 특히 박병호는 명단 발표 후에만 17개의 홈런을 쳐내며 대표팀 4번 타자의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손아섭(롯데)도 3할3푼으로 꾸준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김민성(넥센) 나지완(KIA) 나성범(NC) 이재원(SK) 등은 그다지 페이스가 좋지 않았다.

7월 27일까지의 성적을 놓고 보면 김민성은 3할, 나지완은 3할3푼6리, 나성범은 3할5푼6리, 이재원은 3할8푼6리였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김민성은 2할6푼9리, 나지완은 2할6푼8리, 나성범은 2할6푼5리, 이재원은 2할2푼5리였다. 명단 발표 이전보다는 확실히 떨어진 성적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전반적으로 타격감과 체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자칫 잘못하면 대표팀 타선의 전반적인 짜임새가 ‘답답한’ 양상으로 바뀔 수 있다.
투수 쪽도 그런 선수들이 보인다. 가장 중요한 선발진에서는 김광현(SK)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명단 발표 이전보다는 부진했다. 들쭉날쭉한 피칭이 이어졌다. 양현종(KIA)의 평균자책점은 6.44, 이태양(한화)은 5.22, 이재학(NC)은 6.40이었다. 명단 발표 이전까지는 양현종이 3.75, 이재학이 3.88, 이태양이 4.42였다. 역시 차이가 있다. 불펜도 봉중근 유원상(이상 LG)이 비교적 좋은 모습을 보인 반면 임창용 안지만 차우찬(이상 삼성)의 필승 요원들은 그다지 모두 평균자책점이 7점대 이상이었다. 역시 편차가 있다.
단기전이기는 하지만 선발 선수들로만 대회를 치를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반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단기전이기에 한 번의 실수가 치명타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도 대표팀 선수들이 전원 고른 컨디션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좋은 활약을 보였던 선수들의 감이 다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 주전과 비주전으로 나뉘긴 하겠지만 누구 하나 중요하지 않은 선수들이 없다는 뜻이다.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체력이 떨어져 고생했던 선수들은 일주일 동안의 준비 시간이 득이 될 수 있다. 스스로를 재정비하고 대회에 임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한 시즌의 선수 컨디션 주기를 볼 때 차라리 최근 부진했던 것이 대회만 생각하면 낫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대회 직전 부진했던 선수들은 “차라리 대회 전에 부진해서 다행이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매는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대표팀의 분위기도 선수들의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도 “나도 예전에 대표팀에 몇 번 가봤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 힘이 솟는다. 태극기의 자부심이 분명 있다”라고 단언했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만큼 시너지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부진했던 선수들까지 최고의 컨디션을 회복한 채 대회에 임한다면 금메달은 예상보다 어렵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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