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반전이다. 래퍼 겸 프로듀서 라이머가 ‘자기 자랑’이 생활화 돼 있는 김구라와 대적할 만한 ‘자랑 귀신’이 붙은 남자라는 것을 ‘라디오스타’를 통해 알게 됐다. 그럴 듯한 연애 비법을 술술 털어놓는 듯 했지만 결국 ‘여자를 잘 모른다’는 타박만 받고 돌아간 라이머. 근엄한 카리스마를 갖춘 라이머가 허당 매력을 쏟아냈다.
라이머는 지난 17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썸? 그거 싸먹는 건가요’ 특집으로 가수 김종민, 개그우먼 신봉선과 함께 출연했다.
“내 몸이 옷이다”라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근육질 몸매, 수려한 말솜씨, 다양한 직업의 여자들과 교제해봤다는 경험담까지. 언뜻 봐서는 ‘연애 고수’로 보이는 이 남자는 방송 1시간 10분 만에 실체가 드러났다. 아무리 호감을 보이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화를 해도 라이머를 밀어내는 ‘철벽녀’ 신봉선과 이를 좋아하며 물어뜯는 선수 MC들의 공격으로 인해 허당 매력을 대방출하고 말았다.

짐짓 당황해도 듣기 좋은 중저음 목소리가 유지되는 라이머의 모습만으로도 웃음이 나왔다. 결국 김구라가 “봉선이는 라이머가 잘생겨서 방어막을 치는 것이 아니냐”라고 꼬집을 정도. 그럼에도 신봉선은 줄기차게 “라이머는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급기야 담백하고 어쩐지 수더분하게 보이는 김종민에게 호감을 보여 라이머를 굴욕에 빠뜨렸다.
심지어 신봉선은 라이머의 ‘명품 몸매’에 대해 “전기 구이 같다”는 농담까지 하며 라이머의 매력이 통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하는 법으로 “오늘 밤 같이 있자”는 다소 촌스럽고 구식의 방법을 백발백중 통하는 비결인 것마냥 털어놓아 MC들과 출연진의 맹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현실에서는 통할 것 같지만, 놀리기 좋아하는 ‘라디오스타’에서는 자꾸만 당황스러운 수렁에 빠지는 이유가 되는 ‘연애 고수’ 라이머의 한바탕 즐거운 ‘내려놓음 혹은 망가짐’은 안방극장에 좋은 인상을 남겼다.
이날 라이머는 ‘허당 연애 고수’ 인증과 함께 자랑 귀신이 붙었다는 별명까지 얻었다. 버벌진트가 조용필 음악 인생 최초로 랩 피처링을 한 것에 대해 결국 프로듀서인 자신의 이야기로 종결해 윤종신으로부터 “작가들이 ‘라이머 씨가 겸손한데 결국 자기 자랑이다’라고 말을 한 게 이해됐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라디오스타’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해박한 지식을 뽐내며 ‘자기 자랑’으로 귀결되는 김구라가 MC인데, 라이머는 한순간에 김구라와 동급의 ‘자기 자랑 귀신이 붙은 사람’이 되며 시청자들을 웃음 짓게 했다.
워낙 게스트들을 짓궂게 놀리는 구조 속에서 웃음을 형성하는 ‘라디오스타’인데 진지하게 말하는 가운데서도 어딘지 모르게 허점이 느껴지는 라이머는 재미가 발생하는 ‘먹잇감’으로 훌륭했다. 다양한 직업군의 여자들을 많이 만난 것을 털어놓으며 MC들의 유도신문에 직업 하나하나를 대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하고, ‘라디오스타’에서 부르기 위해 만든 랩이 결국 또 다시 자기 자랑이라는 MC들의 놀림에도 허허실실 웃으며 숨겨둔 예능감을 발휘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라이머라는 매력적인 남자를 소개받는 시간이 됐다. '힙합의 조상님'도 가끔은 이렇게 친근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고, '라디오스타'는 카리스마를 갖춘 이들이 망가지기에 딱 적당한 독한 토크쇼의 진영을 단단히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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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