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연구부 교수, "배설? 도망쳤지만 공 많아”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9.18 07: 02

2014년 역대 영화들의 기록을 갈아치운 흥행작 ‘명량’(김한민 감독)이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혔다. 영화 속 주인공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과 대조되는 인물이자, 다소 악인으로 그려진 경상우수사 배설의 후손들이 영화 속 선조의 캐릭터가 사실과 다르다며 영화감독과 원작 소설가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 그에 따라 실제 역사 속 배설이 어떤 인물이었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장명 해군사관학교 충무공연구부 교수는 지난 17일 OSEN과의 통화에서 역사적으로 알려진 배설과 영화 속 배설을 비교-설명했다. “‘명량’을 두 번 봤다”며 이순신 전문가답게 영화에 대한 관심을 표한 그는 2000년부터 해군교육사 충무공리더십센터에서 이순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장병들을 상대로 강의하는 ‘이순신 전문가’다. 저서로는 ‘충무공 이순신’(2004), ‘이순신 파워인맥’ 등이 있다.
제장명 교수는 역사 속 배설에 대해 “배설은 칠천량해전에서 도망을 쳐서 이순신 장군에게 12척의 배를 인계했다. 같이 배를 타고 오다가 9월 2일에 명량해전을 앞두고 몸이 아파서 병을 치료하겠다고 허락을 받고 도망을 한다. 배설이라는 사람은 멀미도 많이 하고 배를 잘 못타는 인물이었다. 아마 처음에 칠천량에서 탈출해 온 이유는 승산이 없는 싸움을 한다 느끼고, 질 것 같아서 도망쳐 나온 것 같다. 어쨌든 배설이 12척의 배를 인계하면서 이순신에게는 명량대첩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이후 전투의 위력 앞에서 도저히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일본군과 전투를 회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향이 선산이다. 전쟁이 끝난 후에 붙잡혀서 권율 장군한테 참수를 당한다”고 명량대첩 전후 배설이란 인물의 행적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어 제 교수는 배설에 대해 “그렇지만 (배설은)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게 많이 있다. 1604년에 선무공신이라 해서 적과 싸운 사람 18명을 뽑아서 나라에서 큰 상을 주는 경우가 있었다. 18명이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세분화해서 1605년에 9060명을 뽑아 1,2,3등으로 나눴다. 이걸 선무원종공신이라고 했다. 1등은 몇 백 명 안 된다. (배설은) 여기서 선무원종 1등 공신이 됐다. 이렇게 나라에서 이름을 올린 사람이라서 나름대로 이분이 역사적으로 열심히 싸운 분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 물론 마지막에 도망을 갔지만 그 부분은 원래 도망가면 참수가 원칙이다. 그랬지만, 그것은 그것이고 임진왜란에서 공을 세운 사람인 건 맞다”고 말했다.
이미 알려져 있듯 역사 속 배설의 행적과 영화 속 배설의 모습은 다르다. 제 교수는 “배설이 이순신의 암살을 기도하는 등의 부분이 문제가 돼서 명예훼손으로 거론된 것 같다. 암살 기도는 전혀 기록에 맞지 않다. 다만 윗사람에게 배설이 약간 불손한 면은 있었던 걸로 알려져 있다. (이순신에게) 인사를 잘 안하고 그런 건 있었다. 그런 면을 착안해서 영화는 그렇게 만든 것 같은데 이순신과 사이는 좋지는 않았다. 병을 핑계로 육지 가라고 하니까 갔는데 몸이 안 나아서 그랬는지 싫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 길로 가버렸다”고 해석했다.
현재 경주 배씨 문중으로 구성된 ‘명량’ 소설-영화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경북 성주 경찰서에 ‘명량’ 측을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들 배씨 문중 비상대책위원회는 '명량' 속 배설에 관한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영화가 배설 장군을 인격적으로 모욕하고 폄훼하는데 몰두하고 있으며 역사적 사실과 무관한 허위 내용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명량'의 제작사 빅스톤 픽처스 측은 지난 16일 오후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주 내로 정리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라며 "일단 국민인권위원회 쪽에서 상영중지요청에 대한 의견을 회신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터라 국민인권위원회에 답변서를 보낸 상태"라면서 "관객 분들께서 '명량'을 많이 봐주시고 사랑해주셔서 우리가 괜히 섣부르게 대응했다가 갈등만 일으킬까 대응을 자제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eujenej@osen.co.kr
'명량' 포스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