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까까머리 고등학생 신분으로 작은 쾌거를 이뤄냈던 두 선수가 이제는 한국야구의 대들보로 대표팀을 이끈다. ‘88년생 동갑내기’ 김광현(26, SK)과 양현종(26, KIA)이 2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대표팀의 선봉에 선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이하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연습경기에서 10-3으로 크게 이기고 순조로운 행보를 알렸다. 당초 약속된 플레이를 집중적으로 연마하는 성격의 경기였지만 대다수 선수들의 좋은 컨디션을 확인하는 부수입까지 얻었다. 류 감독도 경기 후 “크게 걱정되는 부분은 없다”고 미소지었다. 경기력을 본 사령탑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이날 경기 후 대표팀의 구체적인 대회 운영 방안도 드러났다. 야수의 경우는 LG전 선발 라인업이 사실상 대회 베스트 라인업이다. 상황에 따라 타순에만 약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선발진도 거의 대부분 교통정리가 됐다. 김광현과 양현종이 중책을 맡는다. 김광현은 예선 B조 첫 경기인 22일 태국전 등판이 확정됐다. 두 번째 경기인 24일 대만전 선발은 양현종이 유력하다.

두 선수의 어깨에 큰 짐이 올라간 형국이다. 김광현은 22일 태국전에 이어 28일 열릴 결승전 등판이 사실상 확정됐다. 결승전의 중요성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태국도 전력은 강하지 않지만 첫 경기라는 점이 있다. 이 경기가 잘 풀려야 결승전까지 순항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든다. 한편 대만전은 조 1위 확보의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만약 진다면 준결승에서 까다로운 일본을 만나야 한다. 결승전까지 쉽게 올라가려면 역시 대만을 잡아야 할 양현종의 짐이 무겁다.
8년 전 기억이 새롭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2006년 쿠바에서 열린 제22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에서 대표팀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김광현은 양현종의 공이 컸다고 떠올린다. 김광현은 “내가 대회 다승왕(4승)을 했지만 활약은 (양)현종이가 더 좋았다. 현종이가 일단 마운드에 올라 3~4이닝 정도를 책임지면 내가 다음 투수로 나서 승리를 따낸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김광현에게 돌아갔지만 승리의 기운을 만든 것은 오히려 양현종이었다는 의미다.
그런 두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다시 대표팀의 원투펀치로 재결합했으니 감회가 남다를 법하다. 당시의 좋은 기억을 인천 땅에서도 다시 재현한다는 의지도 강하다. 전망은 밝다. 올 시즌 최고 투수 중 하나인 김광현은 좋은 구위를 유지하고 있다. 합류 전 어깨가 다소 좋지 않았던 양현종도 치료를 병행하며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류중일 감독의 구상대로라면 결승전에 두 선수가 모두 나서 대표팀 마운드를 책임지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두 선수가 8년 전 쿠바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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