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에만 쏠려 있던 관심을 한 방으로 가져왔다.
LG 내야수 최승준(26)이 대표팀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잠실구장 중월 솔로포를 작렬, 거포 본능을 발휘했다. 비공식 경기라 기록이 남지는 않지만, 14일 잠실 삼성전 프로 데뷔 첫 홈런에 이은 2경기 연속 홈런이다. 당시 최승준은 장원삼의 슬라이더에 좌측 담장을 크게 넘기는 대형 투런포 날린 바 있다. 최승준의 데뷔홈런에 힘입어 LG는 삼성에 6-0으로 앞서갔고, 결국 12-3 대승을 거뒀다.
최승준은 지난해 퓨처스 북부리그 홈런왕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올해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1차 훈련지 애리조나부터 가볍게 담장을 넘겼다. 힘만 놓고 보면, 최승준은 팀내 최정상급이었다. 외모와 거포본능 덕분에 팀에선 메이저리그 강타자 미구엘 카브레라를 의미하는 ‘카브레라’란 별명이 붙었다.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당시 LG 코칭스태프는 올 시즌 최승준을 1군 대기조에 넣을 것으로 결정했다.

대부분이 그렇듯, 최승준 또한 1군 무대의 벽을 느끼고 변화를 모색했다. 올 시즌 4월말 1군에 합류, 6경기 연속 출장했으나 14타수 2안타에 그친 채 2군으로 내려갔다. 스윙폭이 크기 때문에 1군 투수들의 강속구를 받아치기에는 부족했고, 변화구 대응도 쉽지 않았다. 결국 최승준은 곧바로 2군에서 스윙폭을 좁히는 작업을 시작, 시즌 중 타격폼을 수정하는 강수를 뒀다.
최승준은 “시즌초 1군에서 뛰면서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확실히 알았고, 당시 김무관 2군 감독님, 그리고 신경식 타격코치님의 조언을 통해 타격폼 수정에 들어갔다. 1군 투수들은 공의 속도도 뛰어나지만 볼끝의 변화 또한 굉장했다”고 돌아봤다. 최승준은 스윙에 변화를 주면서도 2년 연속 퓨처스리그서 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9월 확장 엔트리를 앞두고는 무언의 시위를 하듯, 괴력을 발휘했다. 12경기 연속 안타를 쳤는데 이중 7경기가 멀티히트였다.
8월말 LG 양상문 감독은 9월 확장 엔트리를 놓고 고민하면서 “승준이가 2군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것을 안다. 일단은 1군에 올려서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볼 생각이다. 지금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바로 출장시킬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9월 6일 양 감독은 최승준의 콜업을 결정했다. 양 감독은 “솔직히 최승준의 이전 모습은 잘 모른다. 타격폼이 얼마나 변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연습배팅에서 본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며 최승준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최승준은 곧바로 양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4개월 만에 1군 무대에 돌아와 선발 출장했고,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다음 경기도 선발출장해 안타를 날렸다. 콜업 후 5경기를 치렀는데 선발 출장한 3경기에선 모두 안타를 쳤다. 시원한 어퍼스윙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교타자가 많은 LG에선 보기 힘들었던 유형의 타자가 등장했다.
양 감독은 “엔트리확장 기간에 올라온 선수들 모두 재능은 물론, 1군서 통할 수 있는 실력을 다져놓았다. 우리 팀 선수층이 상당히 두텁다는 것을 느꼈다. 2군 코칭스태프에 정말 고맙다”며 최승준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에 만족했다. 양 감독이 구상하는 LG의 미래에는 분명 최승준이 크게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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