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이렇게 희희낙락일 수가 있을까. 자연인이 된 바로와 손호준, 유연석의 모습은 역시나 또래의 청춘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물을 보면 뛰어들고 길거리 음식에 환장하고 예쁜 여자를 보면 자연스레 눈이 돌아간다. 평균 연령 27세의 남자 연예인들이 2000원짜리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도 즐거워했다.
나영석 PD는 최근 tvN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 첫 방송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을 향해 "만일 지금 기자간담회 도중 '지금 당장 라오스로 떠나겠습니다. 그대로 몸만 가시면 됩니다. 여러분의 데스크(책임자)에게도 사전에 다 말해놨으니 걱정 말고 떠나세요'라고 말한다면 여러분들은 어떨 것 같으냐"고 발언했다. 광고 촬영이라 속이고 몰래카메라를 했다가 라오스로 끌고 갈 때 멤버들의 반응이 어떠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순간 간담회장에는 참지 못한 환호성이 터졌다. 곳곳에서 쾌재를 부른 기자들.
일탈 혹은 도피라, 연예인이든 기자든 아니 어떤 직업을 가진 누구라도 상상만으로 행복한 일이다. 실현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겠다. 방송을 통해서도 공개됐지만 실제로 바로와 손호준, 유연석 등 세 사람은 당황하기보다 도리어 그 돌발 상황을 즐거워했다. 계획도 못 세웠고 당장 입을 옷 한 장 없고 용돈도 넉넉하지 않았지만 그들에겐 아무 장애가 되지 않았다. 인천공항으로 실려 가는 승합차 안에서도 청춘들의 반응은 흥분과 설렘 그 자체였다. 걱정보다 기대로 충만한 세 사람의 얼굴은 라오스 현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칠 법도 한데 한밤중 숙소에서도 팔굽혀 펴기를 멈추지 않는 바로와 유연석의 모습은 이 여행이 피로이기보다 재충전의 시간이라는 증거였다.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이 배낭여행의 본질에 가장 근접한 모습으로 호평 받고 있다. 넉넉한 용돈을 들고 호텔에서 묵는 일정 대신 한화로 1인당 6천원 꼴의 숙소에서 길거리 음식과 미리 준비해간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젊은이들의 알뜰살뜰 배낭여행, 그 민낯의 경험을 바로 손호준 유연석이 함께 하고 있다. 세 사람은 적어도 이 순간 TV 속에서만큼은 연예인이란 사실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세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매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제작진의 오토바이를 강탈(?)한 게 줄곧 마음에 걸려 간만의 한식을 눈앞에 두고도 맛있게 먹지 못하는 순진이들이다.

이들의 라오스 여행기는 우리네 청춘들의 실제 배낭여행과 가장 닮아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 또 상당히 다르다. 주인공들의 신분이 바로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이 세 명의 연예인 청춘들은 (일반인에 비해) 자의보다는 이해관계와 계산에 의해 미리 정해진 스케줄을 살아간다. 또 유명인이란 굴레에서 놓여날 수 없는 몸이다. 아이돌그룹 B1A4의 멤버인 바로나 무명이 길었던 손호준과 유연석은 이제 갓 부상한 스타라 사실상 자유롭지 못하다. 이순재나 신구 등 할배들처럼 전적으로 자기 의사에 따라 출연 작품을 고르거나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는 말이다.
물론 어딘가 종속된 몸도 아니지만 유망주란 입장에서 인기와 명성을 얻기 위한 쉼 없는 과정에 놓여있다. 바쁘게 쉴 틈 없이 노력하고 움직여야만 치열한 경쟁을 지나 안정적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셈. 그래서 이들의 삶은 보이는 것처럼 화려하고 즐겁지만은 않다. 20대, 30대의 평범하고 당연한 삶을 많은 부분 포기해야 하고 어느 정도는 자의와 무관한 현실도 겪어야 한다.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먹고 자고 싶은 만큼 잘 수 없고 이성 교제도 몰래해야 하는 실은 상당히 딱한 입장들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큰 인기를 누리고 큰돈을 벌기도 하지만.
그래서 일까. 유독 바로와 손호준, 유연석의 얼굴은 더 밝아 보였다. 오랜만에 주어진 해방감이 이들의 가슴을 들뜨게 만들고 있다. 빡빡한 스케줄을 반복하던 일상 가운데 이들에게 던져진 얼마간의 자유, 라오스 여행은 단비나 다름없을 것이다. 물론 이조차 촬영이지만 말이다. 그나마 촬영을 핑계(?)로라도 떠나오지 않았다면 이처럼 소탈하고 자유로운 배낭여행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을까.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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