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야구 대표팀은 4년 전과 달리 해외파가 없음에도 중심타선에 대한 고민은 적다. 5번으로 나설 강정호(넥센)의 컨디션이 관건이기는 하지만 4번타자 박병호(넥센)의 존재감이 든든하다.
앞뒤도 마찬가지다. 3번으로 나설 나성범(NC)은 LG와의 연습경기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합격점을 받았고, 6번 후보로 낙점된 김현수(두산)는 어느 타선에 갖다놔도 평균 이상의 활약을 해줄 선수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국제대회 경험도 가장 풍부하다.

손아섭(롯데)도 평소 자신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2번에 배치됐다. 팀에서 주로 3번으로 출전한 손아섭은 이번 시즌 중 “3번으로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2번 스타일의 타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2번 타순에서 손아섭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대표팀인 만큼 하위타선 역시 한 방을 갖췄거나 빠른 발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1번은 이전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WBC 대표팀에 비해 크게 두드러지고 있지는 못하다. 우타자를 1번으로 쓰기를 선호하는 류중일 감독은 황재균(롯데)을 1번에 두고 있는데, 황재균은 LG전에서 몸에 맞는 볼과 볼넷을 하나씩 얻었지만 안타는 없었다.
이 대회 이전까지 한국 대표팀의 1번타자는 정교한 타격과 빠른 스피드로 상대를 흔들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종욱과 이용규는 1번을 번갈아 쳤다. 그리고 함께 테이블세터를 구성하며 전승 금메달에 일조했다. 이들은 이듬해 WBC에서도 한국 공격의 시작점이었다.
이용규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근우와 짝을 이뤄 타순의 맨 앞을 차지했다. 이종욱-이용규 조합과 달리 이들은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1번을 바꿔 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지난해 WBC에서도 정근우와 이용규는 테이블세터를 이뤘다.
황재균은 장타력과 다재다능한 면에서는 이들에 월등히 앞선다. 하지만 재치 있는 주루플레이로 상대 배터리와 내야를 흔들어놓고 일순간에 경기 흐름을 바꾸는 능력이 과거의 1번타자들보다 뛰어나지는 않다. 결국 자신이 잘 하는 것으로 1번타자의 일을 해내야 한다. 새로운 유형의 대표팀 1번타자 황재균이 ‘황재균 스타일’로 대표팀의 금빛 도전에 힘을 실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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